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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여산에서 금산까지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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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여산에서 금산까지

옛길걷기 인문학 [9]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 여산에서 금산까지 

 

쾌청한 아침이었다. 이틀 동안 내리던 비도 멈췄다. 다시는 비가 오지 않을 것처럼 화창했다. 탑정호 호숫가에 숙소를 정한 탓에 아침 공기가 유독 신선했다. 이틀 동안 내린 비에도 끄덕하지 않은 단풍잎들은 못 다한 아름다움을 뽐내듯 더욱 노랗고 붉어졌다.    


어느새 삼남대로 대장정도 닷새째를 맞았다. 서울을 출발해서 남태령, 수원, 진위, 소백치, 대백치, 칠원, 천안, 차령고개, 공주, 계룡, 논산 등을 거쳤다. 강진까지 8일간의 일정 중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아직까지 도보단 중에 사고나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은 사람도 없었으니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은진향교다. 도보단은 출발 전 논산과 여산의 지도를 펼쳐놓고 일정을 조율했다. 방문할 곳과 걸어야 할 구간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할 구간도 확정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전국지도보다는 지자체에서 만든 관광지도가 길을 찾고 구간을 정하는 데는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소박한 시골마을의 버스정류장은 가을비가 거친 다음의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틀 동안 내린 비는 거짓말 같았다. 버스정류장 좌측에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 골목이 있었고 골목이 시작되는 곳에 홍살문이 세워져 있었다. 골목 머지않은 곳에 은진향교가 있다는 의미였다. 버스정류장의 이름도 ‘향교마을’이었다.  


골목을 100여 미터 들어가자 우측 계단 위에 은진향교가 보였다. 계단을 오르고 출입문을 지나자마자 커다란 은행나무가 길을 막아서듯 서 있었다. 비교적 마당이 좁은 탓에 은행나무는 출입문과 바짝 붙어 있었다. 정면의 명륜당은 옹골진 모습이었다.  


은진향교는 1380년(우왕 6)에 창건되었다. 원래 은진면 용산리에 있던 것을 1642년(인조 20)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조선시대 때는 나라에서 토지와 전적과 노비 등을 지급받아 교관 1명이 30명 정원의 교생을 가르쳤다. 현재 9인의 중국 선현과 우리나라 18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다음은 연무도서관으로 향했다. 은진향교에서 불과 6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연무도서관은 98년에 개관하여 현재는 연무읍장이 도서관장을 겸하고 있다. 취학 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역정보화교육을 위해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자에게 ‘옛길 걷기 인문학’ 자료집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다음 이동한 곳은 견훤왕릉이었다. 왕릉까지는 약 2km 거리였다. 걷기로 했다. 나흘째였던 어제의 일정은 걷기보다 답사가 많았다. 때문에 오후에 장거리 도보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도보단은 걷기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길은 소박한 시골 주택가를 벗어나 한적한 지방도로로 이어졌다. 도보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견훤은 후백제의 시조이다. 기록에 의하면 ‘후백제 멸망의 울분으로 등창이 터져 황산불우黃山佛舍에서 운명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없다. 단지 조선 초기와 이후에 편찬된 몇몇 지리지에 견훤의 무덤이 은진군 풍계촌에 위치하는 것으로 전한다. 조선시대에는 지금 견훤왕릉이 자리한 금곡리가 은진군에 포함되어 있었다.  


왕릉이 위치한 곳은 마을의 동산 정도로 보이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곧바로 시작된 계단은 제법 길었다. 갈참나무 사이로 내리는 햇빛은 가을이 아니라 봄기운이 가득했다. 주변 나뭇잎들이 아직 단풍으로 물들지 않은 채 대부분 푸른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덕을 모두 오르자 일반적인 왕릉의 규모보다는 작게 느껴지는 봉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봉분 옆에는 근래에 세운 ‘후백제왕 견훤릉’이라는 비석이 놓여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석물이나 부대시설은 전혀 없지만 봉분의 규모와 위치 등을 감안하면 문헌에서 지목하고 있는 견훤의 무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글 사진 박동식>

 

<여행정보>

견훤왕릉

주소 :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 산 18-3

문의 : 041-746-5412(논산시 문화관광)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  


 

여산동헌

주소 : 익산시 여산면 동헌길 13

문의 : 063-859-5791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

 

비비정

주소 :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길 26  

문의 : 063-290-2613(완주군 문화관광)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