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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옛길걷기]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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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옛길걷기]

옛길걷기 인문학 [4]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다음 목적지는 수원 중앙도서관이다. 행궁을 나와 우측 길로 접어들면 ‘행궁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다. 수십 개의 공방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으며 그림과 기와로 장식된 벽화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행궁길이 끝나는 지점은 팔달문관광안내소인데, 이곳에서 1km 남짓을 더 걸으면 수원향교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대부분의 동헌들이 사라졌음에도 전국 곳곳에 이토록 향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유림의 힘과 자존심의 결과이다. 향교를 지나 좌측의 계단만 오르면 수원중앙도서관이다.  

 

중앙도서관은 1980년 개관하여 수원 시민의 평생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도서관이 자리한 곳은 일제강점기 때 신사가 있던 곳이다. 수원향교는 물론이고 주변 교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그곳에 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전 연락은 없었지만 김용갑 관장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옛길걷기 인문학 자료집’을 전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후 일정은 진위향교에서 시작했다.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자리한 진위향교는 조선 초기의 향교이다. 본래 건물이 병자호란 때 소실되자 초가집에서 위패를 모시다가 1644년(인조 22) 새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지대가 높은 곳에 대성전을 두었고 계단 오른쪽에 명륜당이 있다. 얼핏 보기에도 명당 중에 명당이다.

 

삼남대로는 진위향교 맞은편 진위천 위에 놓인 시멘트 다리로 이어졌다. 난간도 없는 낮은 다리는 맑은 하늘을 담은 강물처럼 낮고 평온했다. 강을 건너 우측으로 접어든 후 잠시 둑길을 걷는가 싶더니 다시 좌측 농로로 접어들었다. 절반가량의 논은 이미 추수를 마쳤고 이제 막 벼를 수확하고 있는 트랙터는 분주하게 논밭을 오갔다. 이리저리 날뛰는 메뚜기를 잡겠다고 모기장천으로 만든 망을 든 아이들도 분주했다. 아이들의 마음도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처럼 풍성해 보였다.

 
이제 ‘흰치고개’라고 부르는 소백치와 대백치라는 두 개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농로가 끝나자 길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길은 마을길과 농로를 오간 후 왕복 4차선의 대로로 들어섰다. 이제 길은 317번 도로인 삼남로를 따라 걸었다. 지금은 잘 포장된 대로이지만 조선시대 선비와 관료와 백성들이 오가던 길이다.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1km 정도 오르자 정상에 다다랐다. 바로 소백치다. 지금이야 길이 잘 닦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고개지만 옛 선조들에게는 제법 험한 고개였을 것이다.

 

삼남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또 하나의 언덕 정상에 이르렀다. 이곳이 바로 대백치다. 다행히 대백치까지 오르는 길도 무난했다. 이곳에서 좌측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길은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의 연속이었다. 10분 정도 숲길을 걸은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풀숲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산에서 MTB를 탄 서양 청년 몇이 내려왔다. 인사를 나누고 보냈는데, 일행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뒤늦게 또 다른 서양청년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청년은 속도를 줄이려다가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매우 느린 속도였음에도 언덕이 제법 가파른 때문이었다. 자전거와 함께 나뒹구는 그를 보고 일행들이 달려갔다. 팔뚝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기는 했지만 큰 부상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갖고 있던 간식을 나눠주고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이어지는 길은 한적한 숲길이었다. 등산로라고 하기에는 완만했고 산책로라고 하기에는 굴곡과 경사가 잦았다. 하지만 솔나무와 참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걷는 것은 도로를 걷는 것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30분을 걸으니 마을 앞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저만치 아래에 원균장군의 묘가 보였다.

 
원균장군의 묘소에서 참배를 마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내리저수지를 지나니 보다 큰 마을이 나타났고 곧이어 만난 큰 대로를 가로질러 직진했다. 이후 옥관자정까지 이어지는 길은 크게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여러 개의 공장이 들어선 샛길과 정리되지 않은 마을길을 지났다.
오늘의 종착지 옥관자정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무렵이었다. 현재 작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는 옥관자정이 자리한 마을은 칠원이다. 이곳 옥관자정은 조선 16대 왕인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가던 중 우물에서 목을 축인 곳으로 전한다. 인조는 물맛이 좋아서 옥관자를 하사했으며 옥관자정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지금은 수도꼭지가 연결되어 있지만 도보단도 임금이 옥관자를 내릴 정도로 물맛이 좋았다는 옥관자정의 물맛을 보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   

<글 사진 박동식>

 

 

 

<여행정보>
화성행궁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문의 : 031-228-4677(매표소)
개방시간 : 3월~10월, 09:00~18:00/11월~2월, 09:00~17:00
입장료 : 어른 1,500원/청소년 및 군인 1,000원/어린이 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