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사례집
공지
3.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옛길걷기]
2015.12.15
1,361

본문

3.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옛길걷기]

옛길걷기 인문학 [3]

둘째날, 정조의 효행을 되새긴다 - 수원화성을 거쳐 진위에서 옥관자정까지

 

 

 

화성 행궁은 정조가 아버지의 묘를 옮긴 후 행차할 때 임시로 사용하던 거처다. 당연히 한양에서 이곳으로 행차할 때는 삼남대로를 이용했다. 정문인 신풍루를 지나면 좌익문과 중양문이다. 이는 궁궐의 삼문 설치 형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양식이다. 삼문을 모두 통과하고 나면 봉수당이다. 화성 행궁의 정전이자 화성 유수부의 동헌 건물이다. 1795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이 건물에서 거행 하였다. 봉수당奉壽堂이라는 당호 역시 어머니의 장수를 비는 의미로서 정조가 직접 지은 것이다.  

 

 


낙남헌과 화령전도 수원 행궁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 낙남헌은 훼손이 심했던 일제강점기에서도 살아남은 건축물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진행될 때 군사들의 회식 장소로 사용되었고, 특별과거시험의 급제자에게 합격증을 내려주기도 했던 곳이다. 화령전은 정조의 영전影殿이다. 영전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신위를 모신 사당과는 달리 선왕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생전 때와 같이 봉안하는 곳이다. 이렇듯 정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장 악조건 속에서 가장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 8시 30분 다시 길을 나섰다. 10월 중순의 아침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삼남대로 이튿날 여정의 시작은 수원종합운동장이었다. 채화석 고문의 구령에 맞춰 맨손 체조로 몸을 풀었다. 정조로를 따라 장안문까지 걷는 내내 이른 아침의 역광은 안개처럼 세상을 온통 뽀얗게 감싸 안았다.

 

장안문은 수원화성의 북문이자 정문 역할을 한다. 홍예문 위에 2층 누각을 올리고 바깥쪽에 둥근 옹성을 쌓았다. 누각의 공포는 가장 화려한 다포식이며 그 위에 우진각의 기와지붕을 덮었다. 규모나 구조가 서울의 남대문과 매우 흡사하다. 차이점은 남대문에는 없는 옹성, 적대와 같은 방어용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발길을 화홍문으로 돌렸다. 화홍문은 화성에서 수원천이 흐르는 부분에 설치된 수문이다. 화성에는 북수문과 남수문이 있는데, 이곳은 북수문이다. 무지개 모양의 7개 수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수문의 크기는 각기 다르다. 가운데 수문이 좌우의 수문보다 넓고 크게 설치되어 비의 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화홍문 동쪽 언덕에는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방화수류정이 자리하고 있다. 정조가 수원으로의 천도를 계획하고 화성을 축조할 당시 꾸며졌던 정자와 누각 가운데 하나이다. 亞자형의 평면구성을 하고 있는 정교한 건물로서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화성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자 아래 성 밖 자리에는 용연이라는 못이 있고 못과 화홍문이 만나는 지점에는 돌로 만든 용두가 남아 있다.


신발을 벗고 모두 화홍문으로 올라갔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바닥에 앉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느끼기에는 갈 길이 바쁘지만 한결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벌써부터 몇몇 관광객들도 올라와 조용히 흐르는 수원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잠시 수원천을 따라 걷기로 했다. 화홍문에서 매향교까지는 1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수풀과 수원천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길이다. 중간에 인절미를 닮은 커다란 징검다리도 두 개나 만날 수 있어 옛 향취가 물씬 풍긴다.


매향교에서 도로로 올라가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정조는 1776년 조선의 22대 왕위에 오를 때까지 지난한 삶을 살았다. 특히 생부 사도세자(1735~1762, 후일에 장헌세자, 고종 때 장조로 추존됨)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한 것은 커다란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할아버지 영조에게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간청했지만 영조의 마음을 돌이키지는 못했다.  


정조는 양주 배봉산에 있는 아버지의 묘를 조선 최고의 명당으로 옮기고 싶어 했다. 그리움과 못 다한 효도를 그렇게라도 풀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된 곳이 바로 수원 화산이다. 하지만 명당으로 알려진 화산에는 수원부와 함께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정조는 화산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획도시를 건설했고 이 도시를 둘러싼 성곽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화성이다.    

 <글 사진 박동식>


<여행정보>
화성행궁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문의 : 031-228-4677(매표소)
개방시간 : 3월~10월, 09:00~18:00/11월~2월, 09:00~17:00
입장료 : 어른 1,500원/청소년 및 군인 1,000원/어린이 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