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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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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가는 이유
-0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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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가는 이유

이번에 121개관 인문학 프로그램의 탐방 장소 가운데 금강산을 없어서 아쉽군요. 다산 정약용은 사람들이 금강산에 가는 까닭은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좀 욕심을 내도 누가 되지 않고 칭찬을 받는다는 거예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당장 돈이나 이득이 아니라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겠지요.



[옛글에서 읽는 오늘] 금강산에 가는 이유 


<전략>


다산 정약용은 벗이 금강산에 간다기에, 이들에게 글을 써주었다. 다산이 보기에 산은 많은 자원이 나와 이롭게 쓰여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금강산에서는 오곡이 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쓸 만한 자원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토록 금강산 유람을 바라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만물에 뛰어나 사람을 놀라게 하여 천하에 이름이 난 것은, 가파른 봉우리와 삐죽삐죽 우뚝 솟은 돌들의 괴이한 형태와 깊은 못으로 쏟아지는 폭포의 촬촬 넘실거리며 흐르는 물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이 시냇물과 들판을 건너 양식을 싸들고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가파른 바위를 지나 땀이 등을 적시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기필코 한번 보는 것을 즐거운 일로 여기는 것은 또 어찌된 까닭인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금강산 유람은 귀와 눈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으로 부족하여 촬촬 격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기뻐하려는 것이요, 꽃과 나무와 골동품으로 부족하여 가파른 봉우리와 괴석들을 보고 즐기려는 것이다. 귀와 눈의 욕심을 탐하는 것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내가 보기엔 그것은 욕심이 많은 것인데, 어째서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맑고 고결하며 욕심이 없고 담백한 사람이라 하는가.”


다산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구분했다. “산이 보화 등 여러 물건을 내어 이롭게 쓰도록 하는 것은 모두 사람의 입과 몸을 기르려는 것이다. 산이 가파른 봉우리, 괴석, 촬촬 격하게 쏟아지는 폭포로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마음을 위해서이다.”


“입과 몸을 기르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탐하면 사사로운 욕심이 되지만, 마음을 기르는 것은 탐하여 돌이킬 줄 몰라도 군자는 탐욕스럽다 말하지 않는다.” 다산은 실학자답게 이용후생 을 중요시 여겼지만 물질적 추구에 한계를 두었고, 마음을 기르는 것의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나는 아직 금강산에 가보지 못했다. 언제나 금강산 유람을 할 수 있을까.


 / 김태희


<경향신문> 2013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