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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편지] 손자병법, 전쟁과 지혜의 기묘한 하모니 / 손영달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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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편지] 손자병법, 전쟁과 지혜의 기묘한 하모니 / 손영달

<손자병법>, 전쟁과 지혜의 기묘한 하모니

 

손영달 (남산 강학원)

     

  

두려움에 벌벌 떠는 아군의 병사들을 어떻게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것인가’ ‘어떻게 적의 식량과 자원을 노략질 할 것인가’ ‘어떻게 적을 기만하여 방심하게 할 것인가손자병법에 실린 질문들이다. 대놓고 주장한다. 속이고, 이용하며, 약탈하라고. 이런 책을 학문으로, ‘고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치열한 전란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전쟁이 벌어졌다던 이 참혹한 시기를 배경으로 대표적인 병가(兵家)의 텍스트 손자병법은 태어났다. 도합 6074자로 구성된 짧은 텍스트 안에 춘추전국의 난세를 통과하며 얻어낸 전쟁의 노하우들이 망라되어 있다. 누가 이 책을 지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오나라의 장수 손무(孫武)라고도, 제나라의 손빈(孫?)이라고도, 혹은 이들의 추종자라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너무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쓸데없는 질문이라고는 도무지 던질 줄 모르는 위인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전쟁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따위의 심오하고도 고상한 질문은 없다. ‘전쟁 나빠요, 평화 좋아요따위의 공허하면서도 답 없는 설교 또한 없다. 어떻게 싸울 것이며,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오직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뿐이다. 전쟁이 그치지 않는 급박한 현실 속에서 그는 주장했다. 싸우자!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과 폭력과 권모술수를 함부로 조장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한 마디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싸우되, ‘싸우자! 전쟁에 대해 섣부른 비판도 맹목적인 예찬도 하지 않은 채, 차라리 전쟁 안으로 깊이 들어가, 전쟁 속에서 사유하고 성찰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관전 포인트다.

 

전쟁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진부한 비유지만, 삶이 곧 하나의 전쟁이다. 싸움 없이 사는 사람, 단언컨대 없다. 함께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싸우는가? 강해지기 위해 싸운다. 이로움을 얻기 위해 싸운다. 나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 싸운다. 그런데 싸우다 보면 죽이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파괴와 죽음은 전쟁에 수반되는 것이지 궁극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싸움을 하다보면 본말이 전도된다. 분노에 사로 잡혀서 오로지 상대를 없애는데 혈안이 된다. 상대를 없애버렸다 치자. 그럼 그 다음은? 이런 싸움에서 결국 얻는 건 없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근본적인 의미를 상기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잘 싸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왜 싸우는지를 잊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나를 강하고 이롭게 만드는 싸움을 하게 하는 것.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쟁에 소모되는 출혈을 줄여야 한다. 나를 해치면서까지 적과 대적할 필요는 없는 법. 한마디로 나를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아껴야 할 것은 비단 나의 힘만이 아니다. 나의 피해 뿐 아니라 적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적을 파괴하지 않고 온전히 사로잡아야 한다. ? 이기고 나면 적 또한 나의 세력이 되므로. 손자병법은 제안한다. 포로를 우대하여 나의 군사로 삼고, 적의 식량과 무기를 포획하여 나의 물자로 삼으라고. 이것은 인륜과 도의에서 나온 당위적 요청이 아니다. 이로움()을 획득하여 세()를 확장하라는, 그리하여 진정한 승자가 되라는 현실적 요청이다. 

 

온전히 이기고, 싸우지 않고 이긴다!

 

온전한 승리를 얻기 위해선 싸우지 않고 이겨야한다. 흔히들 손자병법하면,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떠올린다. 백전백승? 천만의 말씀이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하책이며, 오히려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 전투로 맞붙기 전에 외교로 이겨야 하며, 외교로 이기기 전에 계책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히 계산해야 했다. 전쟁의 손익을 따져 철저히 계산하고, 확실히 이길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태도는 패배하는 장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승리하는 장수는 완전히 이긴 다음에 싸움에 나선다.

 

정리해보자. 온전히 이기고, 싸우지 않고 이긴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손자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