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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화: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 내 삶의 즐거움, 나의 비타민 : 4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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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화: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 내 삶의 즐거움, 나의 비타민 : 4

Ⅱ. 일화 : 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무지개 빛 고백

서금옥 | 인천광역시율목도서관_인천

 

 

반짝반짝 빛나는 내 삶


나의 멋
나는 촌스러운 여인이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친구는 명품 같은데, 나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폼이 나
지 않는다. 신경을 써서 화장을 하면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미장원 원장이
파마를 세련되게 귀티 나게 해주어도 하루 지나면 촌스러워진다.
막내딸에게 넌 무엇을 해도, 어떤 옷을 입어도, 멋지고 세련미가 넘쳐서 부
럽다고 했더니, 딸은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는 화장을 한 듯 안한 듯 루즈만 발
라도 환하니 멋있단다. 70세가 되었는데도 피부가 뽀얗고 미소가 예쁜데, 그
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멋이란다. 또 누구와도 소통을 잘하고 음식을 맛있
게 잘하는 멋도 가지고 있단다. 샘물처럼 투명한 사랑을 누구에게나 나누어
주는 멋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멋이란다.
“와, 그럼 난 멋 부자네!”
나는 두 딸의 말을 언제나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살면서 나이에 부끄럽지 않는 할망구가 되어 향기 나는 멋을 간직하며 살고
싶다.


제비처럼 날던 그때 그 시절
7살에서 8살
난 초등학교에서 고무줄을 뛰어나게 잘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고무줄, 그네뛰기는 200번씩 했다.
팔을 높이 들어 줄이 아무리 높아도
제비처럼 날아서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착지를 했다.
옛날에는 마른 사람을 ‘개미 허리’, ‘갈비’라 했다.
친구들은 나를 ‘막대기’, ‘개미 허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난 달리기를 잘해서 운동회 때는 릴레이를 했다.
고무줄 줄넘기는 선수였다.
지금은 60kg의 몸무게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속상하지만, 3남매 엄마가
되었으니 만족한다.


팥 범벅
나는 강화 교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는 ‘간식’이란 단어도 모르고 살았다. 들과 산에 가면 먹을 것이 많아
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딸기, 머루, 싱아를 따 먹었다. 여름에는 들에 참외, 무,
토마토 등 먹을 것이 많아서 좋았다. 겨울에는 고무마를 삶아먹거나 난롯불
에 구워서 먹었는데, 달달한 맛에 반해 배가 불러도 바구니에 담긴 고구마가
없어질 때까지 먹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나는 음식은 여름 장맛비가 며칠씩 올 때
엄마가 해주던 구수하고 쫀득쫀득한 팥 범벅이다.
팥 범벅은 황해도가 고향인 엄마의 별미였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보
다 크게 떼어서 솥에 넣고 팥을 뿌리고, 또 수제비를 떼어 놓고 팔을 솔솔 얹
어 익으면 뒤집어 가면서 신화당 물을 솔솔 뿌렸다가 뜸이 들면 먹었다.
익는 냄새가 나면 이웃 아줌마들이 엄마의 범벅 솜씨를 알고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오이지를 한 양푼 썰어서 구수한 범벅을 먹으면 씨끌씨끌 온 집안이
떠들썩했다. 난 먹지 않아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엄마가 자랑스럽고, 엄마가
산타할머니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은 맛있는 떡, 빵, 피자가 있지만 팥 범벅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늘 같은 비 오는 날이면, 저 세상에 계신 엄마가 보고 싶어 가슴이 먹먹하다.
어린 시절 그때가 그립다.

 


▶ 이 글은 서금옥 님의 자서전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전문은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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