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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화: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 사람, 그리고 사랑 : 8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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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화: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 사람, 그리고 사랑 : 8

Ⅱ. 일화 : 그때 그런 일이 있었네 



선물

윤명선 | 강서구립우장산숲속도서관_서울

 

 

아들아! 민우야!
응답하라! 1997!
유명한 인기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그 해 1997년 9월6일(음력8월 5
일)토요일 낮 12시 54분에 수유동 빨래 골 이윤산부인과에서 엄마는 제왕
절개 수술을 했고, 민우가 태어났지. 외할머니의 단골 보살님이 잡아준 날
짜에 수술을 하고 소가 오전에 일하고, 점심 먹고 쉬는 시간에 난시를 받았
다. 그 시간이 좋다고 하는데 이유야 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용기와 결심
이 필요했단다. 엄마는 해냈다. 드디어 건강한 네가 태어났기에 어깨에 힘
팍 주고 자신 있게 살 수 있었다. 잠든 네 뒤 모습만 봐도 흐뭇해 절로 미소
를 띠게 되더구나! 네가 태어나고 외할머니께서 한 달 동안 오셔서 엄마와
너를 보살펴 주셨지, 할머니가 그때는 검암동에 밭이 있어 농사를 짓고 있
었는데 마침 추수철이라 더 계실 수가 없었단다.
엄마는 할머니 가시는 것을 몹시 서운해 했지,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씩씩하게 살아보자고 다짐을 했다. 누나 유치원 문제로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유치원 근처에 집을 장만하니 그곳이 빨래골이었다.
궁녀들이 빨래를 하러 나온 계곡이 그곳에 있었단다. 그래서 예전부터 그
렇게 불려졌다고 하더구나. 누나 유치원 데려다줘야하고 아직은 한 달밖
엔 안 된 너를 업고 가기도 하고, 유치원 끝나고 데리러 갈 때는 네가 잠들
어 있으면 잠든 너를 재워두고 나갔다 오면 울음소리가 빌라 1층에서부터
들리곤 했지 너에게 미안하고, 안절부절 하며 사연 많은 날들 속에 너는 잘
커가고 있었지만 잦은 감기로 병원에도 자주 다녔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
빠는 누나와 너를 잘데리고 놀아주었지, 아마도 아빠에게도 너는 존재가
무한히 컷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일잔치를 집에서 치르고 아빠는 IMF
정리해고로 회사를 그만두시고 아빠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생활은 최악이
었다. 너의 돌이 돌아올 무렵 아빠는 새로운 길을 찾았고, 너의 돌잔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에서 사촌 친척들과 조촐하게 치루었다.
늘 미안하다. 연필을 잡고 쌀 주발에 꽂으며 놀았는데 그것이 너의 돌잡
이였다. 성격이 무척이나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는데 지금하고
는 너무 달라서 가끔 울 아들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철이 들면서
민우는 아주 진득하고 조용하고 점잖아졌다. 빨래골 에서 4년을 살고 다시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아빠가 사업을 시작하게되어 인천으로 온 것이고,
누나의 학교와도 가까워서 희망촌 이라 곳에 살았다. 그곳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다시 서울로 이사를 온 곳이 이곳 내발산동이다. 유치원을 졸업하
기 전에 이사를 했다. 이사 온지 두 달 만에 너의 교통사고로 수술과 입원
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휠체어를 타고 가야 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
고 행동은 민첩한 네가 그만 수퍼마켓에 다녀나오다가 달려오는 다마스 승
합차에 치어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지, 마취가 깨고 그날 수퍼에서 사
가지온 나온 과자를 찾았다. 힘든 4개월의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잘 견뎌주
었고 힘들었을 초등학교 1학년을 보냈다. 친구들의 놀림도 많았는데 속이
깊은 민우는 참아내고 엄마에겐 이야기도 안했지. 사춘기도 살짝 겪으며
네가 스물 살이 되었구나! 너의 20년이라는 역사가 그렇게 지났고, 지금부
터는 네 인생의 꽃인 청춘시절이다.
엄마는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을 때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보니 참 좋
았던 시절이었다. 누구나 다 있었던 청춘! 인생 전체를 두고 가장 소중한
시절이었지만 찰나의 시간이니 그 아쉬움을 표현할 길이없다.
민우야 너에게 지금이 어찌 보면 황금기 같은 삶의 금쪽같은 시간이다.
인간은 좋을 때 좋은 것을 모르고 산다. 지나 보면 후회하니까 인간이다.
하지만 인생을 먼저 살아본 이들이 후회하기 때문에 너희들을 보면 지금
의 시간을 아까워하는 거란다. 그래서 잔소리도 심해지는 것이고, 네게 잔
소리를 많이 해주는 사람일 수록 너를 아끼는 사람인 것이다. 엄마의 청춘
을 되돌아보니 더 잔소리가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참아본다. 너도 알아가
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엄마의 청춘은 독립적이고 책임감이 따르고,
그래도 행복하게 해결하면서 인생의 주인으로 다 해냈다. 아마도 결혼하
고 나서도 지금도 그때가 그리운 것은 아직도 그때 해보고 싶었던 일 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워 말고 도전하렴. 하고 싶은 일을 찾
아보렴. 해야 할 일도 물론 다 해내야겠지. 책임져야 할 일들도 점점 많아
지지만 그런 일들을 다 자신감 있게 해 낼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
움도 청하고, 도움을 주어야 할 때는 당연히 해야 하고, 배려해야하는 삶을
추천한다. 엄마는 청춘에 가치관을 세웠었다. 배려하고, 봉사하는 삶으로
물론 직장에서도 일은 확실하게 했고, 직장은 청춘을 보람있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였다. 돈을 벌어야 그런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었으니까. 삶의 의
미 가치관을 갖으면 청춘이 더 즐거울 수 있을 거야. 대학생활에 만족하는
너를 보면 엄마는 너의 진로를 존중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할 때와 진정한 네가 하고 싶은 학업을 하는 너는 너무 대견하
다. 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잠시 마음의 병이 들어 너에게 아픈 말을
하기도 했지만 부모니까 그런 말을 한거야. 이해하지. 학업 군대 취업 너를
조이는 일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것을 부담스러워 말고, 즐기며 하면 청
춘이 아깝다는 생각을 훗날 좀 덜하게 되지 않을까. 너의 미래도 엄마는 늘
축복한다. 이상은 엄마의 조용한 잔소리였다.

보들이 민주야!
너를 키우면서 엄마는 행복했다.
할아버지의 태몽과 아빠의 태몽으로 엄마의 궁에서 10달을 잘 채우고,
2005년 11월 3일 발산동 미즈메디 병원에서 엄마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
났다. 수술은 세 번째라 엄마는 편안한 맘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너와 만
날 시간을 기대했다. 임옥룡 담당선생님은 편안하게 수술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셔서 해드셋 으로 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며 척추마취만 하고 수
술을 해서 회복이 빨랐다. 너와 금방 만날 수 있었고, 그 모습은 지금도 기
억에 남아 있다. 너를 만나 행복했다. 세상 어디에 그런 행복이 있을까? 너
의 백일잔치와 돌잔치는 공항 웨딩홀 뷔페에서 했다.
언니 오빠는 다 집에서 했는데 너에겐 이렇게 해주고 싶었어. 멀리서 할
아버지 할머니가 오시고 외가쪽 에서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의 백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돌잔치에는 한복도 입고 드레스도 입고 엄마는 돌잔치
에 의자에 기대어 서는 정도였는데 민주는 얼마나 잘 걷고, 뛰고 오는 손님
들 따라 다니며 인사도 하고, 아주 귀여운 모습과 대견함을 함께 보여 주었
지. 돌잡이를 할 때 무엇을 잡을까 오신 손님들이 다 궁금해 하는데, 잠깐
뜸들이더니 너는 마이크를 잡았지.
그런 네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 아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 안하니 좀 걱
정스럽다. 그런데 걱정 안하려고, 엄마 아빠의 피를 받았으니 말은 누구보
다 잘 할 것이고 심성도 바르고 고우니 우린 민주는 아마도 돌잡이의 효과
를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네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 11살 생일을
이제 얼마 안 남겨 두고 있다. 너의 생일이 다가 오면 올해는 어떤 이벤트
로 너를 즐겁게 해줄까 하고 고민도 했는데 올해는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
중 이다. 한번도 안 해본 경험을 위해 열심히 찾고 있다. 사춘기가 오고 있
는 너를 이해한다.
보들이 넌 말야 뭐든 야무지게 잘하지. 종이접기를 이렇게 오래하는 아
이는 별로 없을 꺼야 이제 몇 달 후면 최고의 급수까지 취득하게 될 것이
고, 가야금도 꾸준히 하는 것 보면 아마도 훗날 너에게 음악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 플룻을 비롯 모든 부는 악기는 다 잘 불고 오케스트라 활동
도 꾸준히 하니까 꾸준히 노력하는 속에 너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
각한다. 또 속이 깊지. 꿈이 있으니 그것을 해낼 힘이 네게 충분히 있어. 엄
마는 그걸 알아 인라인 배울 때, 자전거 배울 때 기억나니? 힘들어도 울면
서 해내고 때론 잠깐 포기했다가도 다시 시도하고 어느 날 자전거에 탄 네
가 멀리멀리 쓰러지고 않고 달려가던 것 기억하지? 너와 나 함께 기뻐했지
민주야! 넌 마음먹은 대로 잘 하고 있어 맘도 착한 민주 도와주어야 할 때
는 정기후원도 망설이지 않고, 한턱 낼 때는 용돈도 척척 내놓고, 엄마 생
일 선물도 꼭 챙겨주는 착한 민주, 공부도 다 잘하지. 수학만 좀 어려워하
는데 그것도 여름방학에 좀 노력하고 오빠가 도와주니 좋아지고 있지. 부
족한 것은 노력을 더 많이 하면 해낼 수 있다. 외할머니께서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이 할 수 없는것은 없다고 마음먹고 도전하면 다 할 수
있으니 사람이라고 말이야.
5학년이 되어 네 꿈이 베를린 오테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해서
엄마는 깜짝 놀랐지. 네가 엄마 모르게 꿈을 꾸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기
쁜 마음이 들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네게 진작에 못 사준 것 미안해 실은 엄
마도 고양이 굉장히 좋아했어. 물론 요즘 맬 보니까 고양이가 더 좋아지더라.
네가 나에게 온 날부터 엄마는 더 행복했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감사
한 마음으로 너의 잉태소식에 그 기쁜 마음은 무엇과 비교 할 수 없었다.
너를 위한 태교에도 엄마는 하루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 매일 아침 새벽
에 일어나 명상을 하며 너의 건강을 기도했고, 먹는 거, 앉는 것, 음악과 책
모든 것에 신경을 썼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힘들어하면 오빠가 곁에
서 많이 도와주었고, 아빠는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
을 해 주었다. 외할머니는 출산을 많이 걱정했지 만 세 아이 중 제일 쉬운
출산을 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수술실에서 너의 출산을 바로 볼 수 있
었고 분만 후 바로 말도 할 수 있어 외할머니의 걱정을 날려 버렸지. 크면
서 내성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염려 되었는데 그도 이젠 걱정 안한다.
민주의 꿈이 바뀔 수도 있고 꿈에 꿈을 플러스 하게 될 수도 있고, 네가
하고 싶은 일에 첫 번째 후견인이 되도록 늘 대기한다. 늘 건강하고, 즐겁
고 밝고 행복하길 발란다. 엄마의 늦둥이로 태어나 친척중엔 너의 또래가
없어 친척을 만나면 심심해 했는데 그래도 외사촌 동생이 있어 1년에 두
세 번은 함께 몇일 씩 지낼 수 있어서 즐겁지?
다혜도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잘 따르니 엄마는 더욱 기쁘다. 동생처럼 친
구처럼 언제까지나 잘 지내기를 바란다. 엄마는 여자 형제가 없어 늘 외로
웠다. 민주와 다혜가 오래도록 서로 의지 하며 잘 지낼 것 이라고 생각한
다. 물론 지은 언니와는 더 없이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윤명선 님의 자서전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전문은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홈페이지 공지 및 보도-홍보에서 원본파일을 다운하실 수 있습니다.(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