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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겨울 : 3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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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겨울 : 3

Ⅰ. 일대기 : 인생-사계(四季)



걸어온 길 위에서
또 다른 출발선에 서다

진주순 | 광진정보도서관_서울

 

미리 쓰는 유언장
항상 배움에 목말라 하고 무언가 배우려고 했는데 실컷 배우다가 가게
되어 속이 후련하다. 그동안 길동생태공원의 봉사일은 내 자신의 마음 밭
을 기름지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들어가는 길에서 마음을
넓게 가지자고 다짐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산림지구는 작은 원시림이라며
좋아했지. 처음 보았던 쇠딱따구리의 물결모양의 날개무늬를 보고 기뻐했
고 진박새, 물총새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새
끼들을 데리고 저수지를 가로지를 때에는 숨을 죽이며 보았었지. 쇠물닭
의 빨간 이마판을 보았을 때는 신대륙을 발견한 듯 한 기쁨이었다.
2016년 여름 무더위로 힘들 때 산호랑나비, 사향제비나비 애벌레들의
출현은 가뭄의 단비였지. 이렇게 길동생태공원은 나의 제 2의 인생과 함께
시작되었구나. 공원 덕분에 나의 삶은 풍부해졌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눈
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자연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겸손함도 배웠
지. 처음에는 질색하던 너희들도 조금은 자연의 맛을 아는 것 같아 다행이
다. 엄마가 생각나면 가끔 찾아가 보렴. 처음과는 다르게 많이 변했겠지만
그래도 자연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공원이란다. 우리 손주들에게는 어
려서부터 자연을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렴. 좀 더 욕심을 낸
다면 너희도 각박한 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봉사하는 삶을 살기를 바
란다. 봉사는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란다.
민정아빠 그동안 고마웠어요. 항상 나보고 자신보다 하루만 더 살라고
하더니 앞으로 건강에 힘쓰길 바랍니다. 당뇨 때문에 힘들어 하고 짜증도
내는데, 운동도 하고 식이조절에 더 많이 신경 쓰길 바랍니다. 앞으로 더
좋아졌다는 말이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어때요? 내 말 들어서 손해나는 것
없었죠? 그동안 허리 아픈 아내와 함께 사느라 고생했어요. 말로는 툴툴대
도 매번 분리수거하고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음식물쓰레기 말없이 버려 주
어서 고맙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애들보다 먼저 약 사오고 죽 사오던 자상
한 마음 알고 있었어요. 젊어서 욱하던 마음, 조금 누그러뜨리면 얼마나 좋
아요. 혼자서도 잘 다니니 걱정은 안 되지만 젊은 애들 귀찮게 하지 말고
조금 놀다가 얼른 오시구려. 그렇게도 원하던 깔끔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안타깝군요. 나 역시, 나 없을 때 내 물건이 여기저기 뒹구는 것은
싫으니 찬찬히 정리 했으면 좋았을 것을 시간이 없네요.
항상 엄마 곁이 고팠던 민정아. 엄마가 그 마음 다 알면서도 제대로 못해
서 미안하구나. 여린 마음이랑 약한 체력, 많은 것들이 나랑 닮아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잔소리도 많이 하고 야단도 쳤단다. 그래
도 뒤끝 없고 착한 너는 곧 엄마 곁을 찾아서 파고들곤 했지. 고맙다. 부족
한 엄마를 언제나 좋아해서. 네 말대로 엄마가 손주들에게 동화도 들려주
어야 하는데, 좀 더 많이 놀아주고 와야 할 텐데 같이 있지 못해서 아쉽구
나. 적어도 너희들 결혼하여 가정 꾸리는 것을 보아야 할 텐데 너무 일찍
헤어지게 되었구나. 김치찜 만드는 비법도 전수를 해야 하고, 손주들에게
내 손으로 예쁜 옷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냥 가야하다니 목이 멘다. 애
들은 건강과 사람 됨됨이가 우선이니 엄마인 네가 좀 더 많이 생각하면서
키우도록해라.
민희야 외국 가서 하루하루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는데, 이대로 헤어
진다니 말이 안 된다. 엄마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옆에서 힘이
되어주던 민희는 친구 같은 딸이었단다. 열 아들 부럽지 않았지. 그래서 너
는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네 걱정은 안한다. 이런 말이 너한테
는 부담이 되겠지만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꼼꼼하고 사람들과 친화적인 너
를 보면 안심이 된단다. 네가 아이 낳을 때가 엄마는 걱정이 많이 된다. 항
상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던 네가 갑자기 몸이 불어날까봐 걱정이다. 하지
만 여전히 너는 좀 독할 정도로 자제를 하여 건강한 모습이리라 생각한다.
너 닮은 손주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구나.
엄마가 좀 더 젊고 건강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오히려 너희들
에게 걱정만 끼치다 가는구나. 엄마 물건들은 엄마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
들이다. 너무 일찍 버리지 말고 조금 갖고 있다가 책은 필요한 곳에 기증하
렴. 책, 서랍, 옷가지 사이를 꼼꼼하게 살펴보아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
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자세한 것은 따로 적어 정리해 놓겠다.
당장 떠난다 해도 다른 것들에는 미련은 없지만 너희 둘만 생각하면 눈
물이 앞을 가린다. 짝 없이 그냥 두고 가게 되어 마음이 미어지는구나. 아
들처럼 든든한 사위도 보고 싶었는데 어쩌면 좋으니…
항상 마음을 밝게 가지렴. 살다 보니 별 것 없더라.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것도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길이 보인단다. 힘차게 갈 길을 가길 바란다!
–2016년 9월 30일 씀


나의 미래에 대한 생활설계
내가 살고 싶은 삶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사망 시의 모습)
요즘 희망 Diary가 유행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일기처럼 적는 것인데, 그렇게 원하는 것을 적다 보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생활설계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모습일까? 20대는
물론 3~40대의 경우, 10년, 20년 후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
다. 하지만 50넘어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어떻게 나이를 먹는지가
중요한 일인 것 같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것 일까?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 어떤 모습으로 떠나고 싶은 것 일까? 나
의 미래에 대한 생활설계는 노후설계와 중복이 되는 것 같다.


5년 후 62세
방송대 평생대학원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일을 하면
서, 항상 하고 싶었던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방송대 영문학과에 편입하여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 즐겁게 놀기나하지 무슨 공부
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공부가 즐거움인 것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도 처음
에는 젊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금요음악회를 다니면
서 봉사를 하여 틈틈이 일도 익히고 얼굴도 익힌 덕분에 수월하게 지내고
있다.
그동안 힘들었던 나에게 상을 주는 의미로 작은 딸과 함께 유럽여행을
하고 싶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작은 딸과 함께 결혼 전에 둘만
의 오붓한 시간을 갖고, 나에게 앞으로도 힘내라고 상을 주고 싶다.


10년 후 67세
건강에 주의하고 운동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쓴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일과 식품위생에 관계된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고 있다. 매주 오전에
보건소의 댄스 스포츠와 구민자치센터의 차밍댄스를 배우러 가고, 보건소
의 식품위생관련 일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며,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건강은 운동을 열심히 해왔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나물
뜯으러 가는데도 같이 가는 등 자연을 가까이 한 덕분인지 오히려 전보다
더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20년 후 77세
마음은 무엇이나 다 할 것 같은데 건강 때문에 육체적인 활동은 조심하
는 편이다. 가장 성공적인 일은 남편과 같이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다. 60 중반까지만 해도 저녁에 같이 걷자고 해도 안 걷더니 요즘은 가끔
같이 걷는다. 요즈음도 구민회관의 음악회를 들으러가는 것이 큰 낙이며,
두 달에 한번 정도는 남편도 함께 간다. 눈도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피로해
지고 충혈 되어, 책도 조금씩만 보게 된다. 대학원 공부할 때 인터넷 강의
보느라고 매일 오른쪽 눈이 빨갛게 되어 다니던 것이 생각난다. 아직도 영
어와 일어는 꾸준히 하고있다. 해 온 시간만큼 유창하게 하면 좋겠지만, 잊
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적당히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망 시의 모습
본인보다 꼭 1년만 더 살라고 하던 남편이 떠난 지 3년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다른 부모보다 아프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자란 딸들
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철없는 엄마를 이해하며 친구가 되어준 작은 딸 고
맙고, 가족관계 일을 한다면서도 모녀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해 마음 아프
게 했던 큰 딸 미안하다. 그래도 옆에서 항상 신경을 써주어서 지금까지 마
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사위들도 아들 못지않게 자상하고 믿음직스럽
게 대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
예쁜 손주들은 할머니가 많이 돌보아 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영어도
하고 일어도 하며 활동적인 신식할머니라고 좋아한다. 항상 제대로 살아
가는 것인지 마음이 들끓더니, 요즘은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
온 덕분인지 마음이 평온하다. 항상 부족한 듯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이, 이제야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실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
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가는 일이 아쉽기는 하지만, 건강하게 지내다
친정어머니처럼 남아있는 가족들 고생하지 않게 좋은 날에 가고 싶다.
이렇게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의 생활을 설
계해야 할까? 시간 관리를 잘 하기 위하여 나의 시간활용이 잘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좀 더 계획성 있는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고 재무, 직업, 여가 등
나의 미래에 대하여 생활설계를 해보자.
2010년 <생활설계> 과목의 리포트 중 일부이다. 그 당시에 적었던 5년,
10년, 20년 후의 설계와 사망 시의 모습과 지금 다시 쓴, 미리 쓰는 유언장
과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면 살아가는데 도
움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진주순 님의 자서전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전문은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홈페이지 공지 및 보도-홍보에서 원본파일을 다운하실 수 있습니다.(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