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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 사람공부] 조정육 작가님 강연 후기(진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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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희주
댓글 0건 조회 527회 작성일 17-06-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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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 사람공부] 조정육 작가님 강연 후기(진동도서관)

도서관에서 조정육 작가님을 모시고 강연회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누구지? 검색을 해보니 다음 블로그에 글이 연재되어 있었다. 글을 읽고 바로 도서관에 전화로 예약을 했다. 작가님은 두 어 시간 정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셨는데 유모 감각도 훌륭하시고 내용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해서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몰랐다. 얼마나 집중해서 들었던지 집으로 와서는 녹초가 되어 버릴 정도였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작가님의 열정이다.

“논어를 읽으면요, 제가 공자님이랑 독대하는 거잖아요. 공자님 말씀에 낄낄거리고 웃기도 하고 공자님이랑 대화하는 게 너무 신나잖아요.” 아~~~ 저 깊은 정신적 경지. 어떻게 논어를 읽으며 낄낄거릴 수가 있지? 물론 독서가 작가와 독자의 소통 행위라는 것쯤은 안다. 나도 논어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고 책을 샀지만 책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책에 심취해 본 경험이 있기에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안다. 나 혼자만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 그 황홀한 충만감에 때로는 눈에 눈물이 고이고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나올 때! 영혼이 고양되는 그 기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게 논어일 줄이야. 나는 반성했다. 잠시 출타 중이신 공자님을 찾으러 가야겠다.

“사람들이요, 제가 글을 편하게 쓰는 줄 알아요. 심지어 어떤 후배는 ‘선배는 글을 주욱 긁어버리잖아요.’ 이렇게 말하는데 이런 말 들으면 정말 화가 나요.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건데. 그리고 하루 묵혀 두고 다시 보고 내 놓는 건데….” 나도 에세이를 가끔, 아주 가끔 써봐서 그 기분 안다. ‘이 단어를 대체할 뭔가가 없을까? 이 부분 마음에 안 드는데…, 아, 느낌이 살지 않아.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이 수 십 번도 더 있다. 그렇게 완성을 해도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기주 작가님도 그랬다. ‘라이팅은 리라이팅.’이라고. 나는 또 여기서 ‘음~~ 그 느낌 알지.’ 하며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순간 반짝이는 내 눈을 작가님은 보셨을까.

영화 빌리 엘리엇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 영화는 내게 빨대 같은 영화이다. 무언가 내 속에 침잠했을 때 그 빨대로 서너 번 휘휘 저어주면 무색에 가까워진 내 일상이 다시 무언가로 물든다. 내 심연에 가라앉아 있을 그 무언가를 찾아 휘휘 저어주면 나는 또 혼자 기분이 좋아 당분간은 그 힘으로 버틴다. 조정육 선생님과의 만남이 그랬다. 그림과 공부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 나는 또 너무 가라앉아 있었다. 휙휙 휘저어 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당분간 작가님과 계속 만날 생각이다. 나는 오후에 진동 도서관으로 갈 것이다.

 

사족 하나.

강연 도중에 작가님이 여기 도서관이 지은 지 몇 년이나 되었죠? 라고 질문하셨는데 사서도 아닌 내가 나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한 이십 년 되었나.’ 뒤에서 사서 선생님도 이십 년 정도 되었다고 대답을 하셨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나는 이 도서관을 지을 때부터 봤다.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등나무 아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책을 빌리고 읽고…. 그러는 동안 나는 국어교사가 되었고 아기 엄마가 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남편도 진동 도서관 회원이 되었다. (좋은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남편은 진심으로 놀라워했다. ㅡㅡ^) 이젠 우리 꼬맹이 손을 잡고 도서관을 다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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