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빛정보도서관] 글빛, 달빛 슬로리딩 - 함께 읽는 고전인문학당 <참여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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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을 읽고..
정 현 숙
8차시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담론'을 완독 했다.
아들 중2때 결성된 독서 동아리를 통해서 모임 을하고 있었지만 좀 더 심화된 책읽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상호대차를 하기 위해 도서관 홈피를 둘러보던 중 만난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 란 독서토론 모임은 나에게 구세주와 같았다.
신 영복 선생님의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분의 약력을 보고 그분의 사상과 그분의 삶이 궁금해졌다.
시대의 지성인..
교수였던 그는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교도소에서 20 여 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 한다.
‘담론’은 그가 20년 수형 생활을 통해 얻은 가르침과 동양고전을 통해 유연한 세계 인식의 틀을 설명한 부제 그대로 그의 마지막 강의록이다.
그의 글 안에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수형 생활 안에서 만난 크고 작은 일들과 단상 등 인간관계와 사색을 강의 주제에 맞춰 예제로 등장케 하여 자신의 삶을 귀천에 앞서서 주마등처럼 풀어놓은 글이라 할 수 있다.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고전에서 읽은 세계 인식. 동양 고전을 통해서 세계를 어떻게 볼지 풀어내고 있다. 동양 고전으로 읽는 관계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 동양 고전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 뒤에 인간을 이해하고 자기를 살펴보자는 말씀이다. 2부 또한 관계론이다. 결국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역설하는 것은 관계론이다.
우리는 문 사 철(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완고한 인식 틀에 갇혀있다. 오랫동안 묻혀있던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공부’라는 것으로 깨뜨리는 것.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고, 가슴에서 끝나지 않고 발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세계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공부가 된다고 그는 설명 한다. 그리고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 개념이 아니며,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든다고 역설한다. 책 속 곳곳에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가르침이 그득 담겨 있다.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져 내린 뒤 자본의 전일적 지배가 강화되고 포스트모더니즘과 정보화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 세기말의 상황 속에서 그가 찾아낸 희망은 여전히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오늘의 자본주의문화에 대한 그의 시각은 냉엄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사상한 채 상품미학에 매몰된 껍데기의 문화를 그는 통렬히 비판한다. 그리고 '정보'와 '가상공간'에 매달리는 오늘의 신세대 문화에 대해서도 그것이 지배구조의 말단에 하나의 칩(chip)으로 종속되는 소외의 극치일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진정한 지식과 정보는 오직 사랑과 봉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것'임을 갈파한다.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때, 다시 말하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모임을 통해서 그동안 나의 독서법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혹은 내 생각을 적어내는 소감문을 통해서 나를 채워가는 기쁨, 알아가는 기쁨으로 일상이 풍요로워졌다.
한 달간의 ‘담론 느리게 읽기’의 여정 속에서 선생님의 깨달음을 통해 내 삶을 비춰보며 나를 만나는 진솔한 시간이었고, 내가 가진 가치와 내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말씀 중에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이 최고의 독서" 라고 하신 말씀을 깊이 새기고, 사람을 만날 때 또한 그 사람 자체로 만날 것을 다짐해본다. 삶의 진솔한 깨달음을 나눠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노마디즘’ 이다.
마지막 장에서 마무리로 당부해주신 말씀,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선생님의 마지막 멘트가 마음을 울린다.
이제 나로부터 다시 꽃으로 피어나도록 정성들여 보련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공부일 것이라고.
반복과 익숙함이 주는 행복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면서.. 그렇게 일상을 견고하게 존재 그 자체에 감사하며 깊은 관조로 마주하련다.
책에서 보았던 선생님의 언약들이 내 삶의 길목에서도 꽃으로 만개하여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201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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