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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차 탐방_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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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남시분당도서관
댓글 0건 조회 715회 작성일 18-07-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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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분당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 강릉탐방
                                                                 

6월 7일 목요일에 개강한 분당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2018년도 주제는 “21세기, 조선의 걸클러쉬를 만나다!”로 6인의 매력적인 여성과 만나게 되는데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여자로 태어난 것을 아쉬워한 허난설헌이다.
규장각연구원인 ‘이숙인’ 강사의 강의를 먼저 수강하고 6월 15일 금요일 강릉 탐방길에 오르게 되었다.

200여 수의 시를 남기고 27세에 요절한 ‘허난설헌’ 하면 두 아이를 잃은 슬픔을 노래한 ‘哭子’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듯한 ‘夢游廣桑山’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구절이 떠올라 애틋하고 애잔한 마음으로 초당동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 도착하니 교산․난설헌선양회 이사장님이신 장정룡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전시관에 먼저가서 교수님의 상세한 해설을 들으며 찬찬히 살펴보니 400 여년 전 이땅에 시대와 불화하며 천재 여류시인으로 살았던 허난설헌과 허균 남매의 삶의 시간들이 차례로 눈앞에 그려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만고의 진리를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뒤이은 생가방문에서는 방안에 모셔진 영정을 통해서나마 허균과 난설헌 남매와 인사를 나누었다. 남존여비가 심한 조선시대에 여자로 태어났어도 귀한 대접받고 행복한 시절을 보낸 공간이었겠구나 싶으니 애잔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오후에는 오죽헌을 방문했다.
허난설헌보다 앞시대 사람이지만 같은 강릉사람이다보니 항상 비교되는 신사임당의 친정이기도 하면서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다.
대학시절에 와본 이후 거의 40년만에 와보니 동네가 완전히 달라져 번화가가 돼있었다.
신사임당과 율곡 모자는 지폐에 실릴 정도로 오늘날까지 잘나가는 뛰어난 인물이지만 어쨌든 이번 탐방의 주인공은 허난설헌이다.

8세에 이미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을 지은 신동 허난설헌의 결혼후 삶은 정한의 세월이었다. 시댁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단다. 귀한 여식의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해줄 혼처를 신중하게 골랐을텐데 어찌된 일일까? 검색해보니 난설헌은 오빠 ‘허봉’과 호당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인 ‘김첨’의 아들 ‘김성립’에게 시집갔다. 심지어 그 악명높은 시어머니 송씨는 오빠 허봉과 함께 ‘율곡 이이’를 탄핵하다 귀양간 ‘송응개’의 여동생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난설헌의 친정과 시댁은 같은 길을 가는 동인집안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시외숙 송응개보다 후대 사람이긴해도 같은 은진송씨 정랑공파인 ‘송시열’은 송응개가 탄핵하고자 했던 율곡과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의 학통을 충실히 계승한 서인의 영수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어찌된 일일까?
오전에는 동인의 집안을 오후에는 서인의 집안을 탐방하다보니 한집안의 몰락을 좌지우지하는 당파가 정해지는 기준이 문중에 따른건지 스승에 따른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점이 늘어난다.
 
아무리 같은 당파의 친구간에 사돈을 맺었다해도 시댁입장에서 본다면 법도를 따지는 문벌가에서 안방마님 역할 보다는 정신적 자유를 지향하는 며느리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자연히 신랑, 시댁과의 갈등이 커졌을 것이다.
후대에 태어난 ‘사주당이씨’처럼 남편과 학문을 논하고 시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으면 자녀들의 이른 죽음과 당파싸움으로 인한 친정의 몰락에서 찾아온 절망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

허난설헌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는 주옥같은 시가 동생 ‘허균’을 통해 ‘난설헌집’으로 전해져서 정말 다행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생가가 있는 강릉에서 해마다 난설헌문화제가 열려 허균, 난설헌 남매를 기리고 있는 것도 반갑고 뜻깊은 일이다.
더불어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의 모순에 순응하지 않고 탁월한 창작력으로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창작한 허난설헌이야말로 진정한 걸크러쉬다.

길위의 인문학 강좌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애써주신 도서관 관계자분들과 애향심이 뛰어난 장정룡 교수님께 마음깊이 감사드린다.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할지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탐방이었다.


1차 탐방자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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