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립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참가후기 - 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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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길 위에서 현재를 바라보다
서산시립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강의 여정을 마치며
유수정
지난 5월 초, 서산시립도서관에 읽은 책을 반납하러 갔을 때 도서관 입구 앞에 붙은 길 위의 인문학 강의 공지가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당시 나는 새로 오게 된 이 곳, 서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갖은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서 살고 적응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여서 서산 밖으로 나가 지친 나를 휴식시키고 싶었던 차였다. 이런 마음이었기에 도서관 강당에서 듣는 강의보다는 교외 탐방체험에 더 눈길이 갔고 그것도 무료로 훌륭한 강의자와 함께 탐방할 수 있다니 하는 사심이 많이 섞인 마음으로 탐방 인원이 마감되기 전에 허겁지겁 신청하였다.
올해 서산시립도서관에서 시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 강연은 “역사 속에서 고전 인문을 배우며, 미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총 3차에 걸쳐 한달 남짓 진행되었다. ‘정순황후’, <징비록>, ‘박지원’, 3개의 소주제로 각각 임혜련 교수님,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님, 박수밀 교수님이 강의를 이끌어 가셨다. 강의자분들의 열정있는 강의와 그를 경청하는, 지식에 대한 욕구와 열기가 느껴지는 수강자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강의에 빠져들어갔다. 초청된 강의자분들은 그 분야를 누구보다 관심있고 심도있게 연구하신 전문가분들이시기에 적은 량의 지식만 알고 있던 역사인물, 사건을 실감나고 재치있게 말솜씨로 풀어내주시고, 역사를 단지 멀고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셨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그에 따라 들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까닭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었다. 그 의문에 대해 인문학이란 사람이 세상에 새긴 문양을 알아가는 것이라는 김흥식 대표님의 말처럼 사람이란 자신이 어떤 문양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끝없는 고민을 하기에 사람들은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답을 내렸다.
도서관 안에서의 강의가 끝나고 탐방을 나가는 길은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과 역사현장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정말로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말처럼 내 발로 직접 걸으면서 역사현장에 서보고 공부하는 이 시간은 내가 살고 있는 서산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옛 인물이 걸어나간 자취를 따라서 지식과 삶의 지혜를 얻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3차 탐방 날, 흐린 날씨 속에서 탐방이 이루어졌었다. 서산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박지원이 당시 면천군수로 지낼 때 지역민들을 위해 만든 골정지 위의 건곤일초정에 앉아 듣는 박수밀 교수님의 박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는 모습은 우리 수강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건곤일초정에 앉아 있을 때, 오랫동안 가물었던 땅을 적게나마 적셔주는 비가 내렸는데 왠지 모르게 골정지에 깃든 박지원의 애민정신이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하늘이 답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잠깐동안 내린 비였지만 이 비로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기 바라면서 짧은 탐방을 마쳤다.
3차 강의와 탐방을 동행하고, 후속 토론까지 진행해 주신 박수밀 교수님께서 주변의 사소하고 평범한 것에서, 일상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하는 자세,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꼼꼼히 들여다보는 자세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해주신 말이 내 마음에 깊게 박혔다. 그러면서 강의와 탐방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을 통해 세상에 내 무늬를 어떻게 그려내어야 할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길 위의 인문학 강의 여정을 마치며 유홍준 교수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밝혀 유명해진 말인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전문가분들과 역사 속 인문학을 배우며, 직접 내 발로 현장을 찾으니, 더 실감 나게 역사의 현장이 가까이 느껴졌다.
서산시립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문화 사업이 벌써 5년간 실시되었고 올해가 마지막 해라니, 이제야 이런 행사를 만나게 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듣다. 또한 이번 강의의 대부분을 참석하면서 생각보다 젊은 연령층의 참여가 적어서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후에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인문학 프로그램이 도서관에서 개설되었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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