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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인문학 : 단단한 인생 2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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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성군립도서관
댓글 0건 조회 486회 작성일 19-06-1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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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강사 육현주 선생님의 강의 후기입니다
- 블로그 링크 : https://blog.naver.com/mhjyook/221563544182
- 페이스북 링크 :  https://www.facebook.com/mhjyook/posts/2255024347914837

#의성군립도서관 의 3년 연속 야심작, #노년인문학 #그레이트그레이 #아픈몸을살다 #불타는고구마 #열정강의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의 김수동 이사장, 윤장래 이사,조희정 샘과 제가 전체 11강 중 9강을 담당하며 의성군립도서관의 노년층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6/7일부터 10/11일까지 3차시 11강(탐방 3회 포함)에 걸친 인문학 여정 입니다. 제1차시의 첫 테이프를 조희정 샘이 아주 재미나게 열어줬습니다.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어 있어 은근 부담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하면서 담당자와 충분한 소통으로 대상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강의에 대한 부담이야 크지 않았으나 변수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언제나 신중을 다합니다. 초행길 실수라도 있어선 안 되겠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중부고속도로를 탑니다. 오랫만에 펑 뚫린 길을 달리노나니 여행같이도 느껴지고, 수강생 전체 평균 연령이 75세 이상은 되는 강의는 처음인지라 살짝 설렘이 있었습니다.

2시간 일찍 도착해서 도서관의 강당 위치도 확인해두고 천천히 의성군립도서관이 있는 안계면의 이모저모를 더듬습니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지요. 면사무소 부근에 올망졸망한 가게들, 특히 휴게소라 이름지은 옛날식 다방이 몇 개나 있어서 재미있더군요. 이제는 장소로서의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공간에 깃든 사람들의 체온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간판 하나하나에도 자신의 스토리가 녹아있을 것이고 개인적 서사를 듬뿍 담아내고 있을 거란 걸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고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전통시장을 현대화하겠다고 지자체마다 국가 예산을 당겨서 단장을 했겠으나 가장 실패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골은 난전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외지인들을 끌어올 수 있는 매력이란 걸 행정하는 이들만 모르는 듯합니다. 현지인에게도 외면받는 게 분명하다는 게 반 이상은 철시가 되어 있는 상태더군요. 행정가들이야말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지역민을 위한 노력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죠. 사랑하면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철밥통 지키기 바빠서 미처 사랑할 틈이 없나 봅니다.경상도 특유의 매콤함이 그리워 쫄면을 먹어봅니다. 역시 싸롸 있네요~. 도서관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생각을 정리합니다.

강의장에 도착하고 보니 요청한대로 모둠식으로 좌석이 배열되어 있고 벌써 3/1 이상의 자리가 찼습니다. 화사한 옷을 잘 차려입은 분들이 쏙쏙 모여들며 반가운 인사들을 나눕니다. 의도를 알아차린 듯 몇 몇 분이 '이래 책상 놓으 서로 마주보고 좋네. 우리 서울서 온 선샘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엄지 척을 내밉니다. 자리 맡아뒀다고 친구를 이끄는 분, 건강 검진받은 형님의 결과가 염려스러워서 걱정했다는 분, 멀리서 와줘서 무조건 고맙다는 분 등등 장내는 일시에 정이 넘치는 잔치마당이 되었습니다. 손건옥 도서관장님의 소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픈 몸을 살다' 강의.

모둠 별로 최근의 관심사나 자신에게 있었던 좋은 일 혹은 슬펐던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자고 했지요. 남자분들은 주로 뒷편에 포진해계시기로 일부러 그쪽 모둠으로 가서 얘기를 이끌어 봤습니다. 멀쭘해서 못했을 뿐 살짝 이끌어주니 이런저런 말씀들을 술술 하십니다. 무조건 삶 자체가 감사하다는 분, 뭐라든 배울 수 있어 좋다는 분,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시겠다는 전직 공무원 분. 모두 이리 만나 서로를 확인하니 좋다고, 또 서로를 칭찬하고 추켜주기 바쁘십니다. 벌써부터 환해져서 분위기 최고, 놀랐습니다.

요즘 대도시 강의에서도 자발적 수강생 30명 50명 모으는 일 무지 어렵습니다. 그런데 70분 정원, 이 강좌를 듣기 위해 아침 출근 전부터 와서 대기해서 신청들 하셨다니. 출석율은 말할 것도 없고 집중도가 장난이 아니더라는. 매 차시마다 탐방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도 높더군요. 앞 강의들 출석을 다해야만 자격이 되니 더더욱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지요. 의성군립도서관이 복수로 전국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몇 년 연속으로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기획 실행합니다. 타 지역 도서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답니다. 손관장님이나 담당 주무관들의 태도를 보면 알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확실히 성공하는 곳은 이유가 다 있습니다.

아서 프랭크의 동명 책 <아픈 몸을 살다>를 통해 노년에 필수가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병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질환자가 아니라 질병을 겪는 여정에 있는 사람들이며 질병을 겪는 일을 통해 유의미한 발견을 하게 된다는 핵심을 전했습니다. 유의미한 존재는 병을 앓는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통찰로 이어지고 존재 목적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됩니다. 영화 <엄마의 공책> 한 부분을 함께 보면서 치매를 앓는 엄마가 가족 모두에게 준 의미들을 찾아보았지요.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난다는 분도 있었지만 지금 당신들의 아픈 곳은 아름다운 '훈장'일 수 있었다는 것에 질병과 통증을 다시 보는 기회를 삼았지요.

인체 그림을 드리고 아픈 곳곳에 이쁜 스티커를 붙여 보시라고 하고 쭉 테이블을 돌았습니다. 초등학생들처럼 제가 근처에 가기만 해도 자신의 그림들을 보여주며 위로를 구합니다. 심지어는 발끝이 그리 아픈데 왜냐고 물으시는데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진단을 드릴 순 없는데 저도 발끝에 통증이 올때는 혈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더랍니다라 말씀드리니 이내 환해지면서 맞아 맞아. 위안을 얻습니다. 개개인의 통증은 희생적으로 살아낸 훈장이기도 하기에 떨쳐내야만 하는 흉물이 아니라 사랑스레 달래며 가야하는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온전한 자신을 보기 위한 연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질환을 가진 성가신 사람이 아니라 질병을 앓으며 고통을 느끼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의 삶은 계속됩니다. 명사화해버리면 처방만 남고 수치로만 얘기합니다. 그러나 동사화가 되면 그들의 고통과 불안에 귀기울이게 되고 함께 그 시간을 나면서 서로가 성장합니다. 질병을 앓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조차도 공감의 언어로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돌봄의 입장에 있는 의료진, 가족들, 요양보호사 같은 분들이 새겨둬야 할 이야기들 입니다. 모두 깊이 공감하면서 어쩜 강사님은 이리 우리 맘을 잘 아느냐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춥니다. 이런 오롯하고 전적인 몰입의 상태에 저도 혼신을 기울입니다. 어른들의 면면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도 울컥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영남방송에서 취재를 나왔습니다. 즉석에서 강사 인터뷰도 하고, 강의 내용을 오래도록 촬영해갔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아주 좋아서 편집할 일도 없겠다고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진작에 살을 확 뺄 걸 그랬습니다.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강의를 하는데 한 어른이 묻습니다. '샘은 뭘 자셔서(드시고) 저리 살이 쪘을꼬?'라고. ㅋㅋ...그 말씀 떨어지자 옆에 계신 다른 분들이 무슨 말이냐?예쁘다, 딱 좋아요.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제가 궁금하시죠? 좀 있다 많이 아팠던 말씀을 드릴게요. 그 후유증이 어떻게 몸에 나타났는지 알려 드리겠다고 응수했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다 스트레스 살이야. 마음이 아픈 일이 있음 저래.라고도 하십니다. 이 귀여운 아주머니들을 어쩌면 좋으냐 싶더랍니다. 쉬는 시간에 제공된 떡과 음료수를 챙겨주시려고 갖고 오십니다. 거리를 다닐 때 눈에 본 떡집만 5개였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군요.

2부로 이어진 강의에서 마음 건강하게 살고 있는 '그레이트 그레이'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여드렸지요.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물론 노년에 자신의 삶을 다시 써내려간 이들의 얘기는 더불어 신이 납니다. 박막례 할머니, 김두칠 모델은 말할 것도 없고 페친인 도창환 건축가님의 이야기 등, 사북할머니들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고 말이죠. 유튜브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더군요. 20대와 40대보다 60대 70대들의 유튜브 조회수가 더 많다는 말을 실감하던 순간입니다. 다들 신나 하시더군요.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약진을 보면서 많이 신나했습니다.

아픈 병을 어떻게 데리고 살며,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다시 아픈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연대하고 공감해야 하는지 등을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정리해서 말씀드렸지요. 전체를 다시 복습시켜 드리고 시도 읽었지요. 모두들 꿈꾸는 시인들이 되어 분위기에 젖는 어르신들이 그리 사랑스럽더군요. 이렇게 완벽하게 소통하는 강의, 저도 오랫만입니다. 이탈자 한 분 없이 살짝 졸고나서, 애써 쉬는 시간에 저를 찾아와서 당신이 안구건조증이 너무 심해서 자꾸 눈을 감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자백하질 않으시나 어떻게든 직접 한 마디 하려고 서로 다가오십니다.

심지어는 서울에서 유명한 강사님이 오니까 방송국에서도 찾아왔다고.ㅋㅋㅋ...제가 얻어 걸린 걸 이렇게 재해석 해주십니다. ㅋㅋ....어른들을 희화화하고자 함이 아니란 건 아시지요? 순수해서 그 극적인 몰입과 호응이 감사해서 저도 온 몸이 땀에 젖도록 뛰었습니다. 진심이 하는 일은 특히나 잘 통합니다. 소통과 공감은 현장에 깊이 빠져 있을 때 저절로 일어납니다.

전 2차시,3차시 때 또 강의 배정이 있어서 7월과 10월, 의성을 또 다녀오게 되겠습니다. 첫 경험은 무엇이든 짜릿합니다. 순수 어른들만 모시고 진행한 강의. 실은 고민이 있습니다. 언니,오빠로는 버겁고 어머니 아버지로는 모자르고 어르신이라 하기엔 다들 청춘의 느낌이신 어른들께 적당한 호칭을 찾아드리기 어렵군요. 선생님들이라기엔 또 정감이 안 나고. '관계' 안에서는 늘 이런 사소한 일이 걱정입니다. 그저 강사가 아니라 그들의 외로움을 만진 이의 고백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성도서관'을 이용한 5행시에 함박웃음을 짓는 인생 선배님들. 7월과 10월의 만남이 또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의 : 의리로 똘똘 뭉친 언니야, 오빠야들~~~

성 : 성에 찼는지 모르겠네예? 재미없어가(재미없어서) 성(화)만 났는가 아인가 모르겠네예~

도 : 도무지 알 수 없는 기 인생이라 캤지예?

서 : 서서히 천천히 알아 보이입시더.

관 : 관장님, 맞지예? 지는요, 잘 할 때까지 또 옵니데이~ 또 만나가 얘기 나누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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