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립서강도서관] Part 2. 인디문화 유람기 2 - 의도된 차별 '독립영화' 참석후기 (안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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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길 위의 인문학-인디문화 유람기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그 두 번째인 독립영화 프로그램 모집을 보자마자 "아, 이건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왔다.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에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 신촌 메가박스에서 개최되었던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 <퍼즐>, <오! 루시> 등을 보면서 독립영화에 맛을 들이던 참이었다.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내러티브와 등장 인물들을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좋았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이대로 독립영화를 감상해도 될지 종종 궁금했다. 여러모로 [길 위의 인문학-독립영화 프로그램]은 내게 맞아떨어졌다.
첫 번째 날인 7/12일 강의는 독립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신 김희정 감독님이 함께 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이 그날 강의의 제목이기도 했다. 독립영화에 대한 낯섦을 최대한 깨고, 보다 쉽고 편안하게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해주셨다.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내가 처음 독립영화에 발을 들이게 됐던 계기인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 나왔을 때였다. 정확히는 작품이 아닌 감독 션 베이커의 얘기였지만, 충분히 반가웠다. 그의 작품 중 <탠저린>은 오직 아이폰 하나로 찍은 영화로 유명하다고 했다. <탠저린>은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데, 션 베이커 감독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는 내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인상 깊게 봤던 이유 중 하나였다.
감독에 대한 애정으로, 그가 했던 말을 노트에 적어두었다.
"월세만 밀리지 않는다면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 밖에도 김희정 감독님은 유명한 감독과 영화를 필두로 '실험(아방가르드), 다큐멘터리, 퀴어, 음악, 드라마, 가족, 성장, 페미니즘' 등의 볼 만한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다. 나는 모든 영화를 노트에 빼곡히 적었다. 그동안은 소재나 줄거리가 끌리는 영화를 찾아 더듬거렸는데, 하나의 길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가 괜찮은 영화를 발견하면 다시 그 샛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겠다.
두 번째 날은 김다형 감독님이 오셔서 한국 독립영화를 자세히 알려주신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가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더욱 세 번째 날인 7/14일의 독립영화 탐방은 꼭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첫 번째 날에 탐방 및 후속 모임을 신청해두었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홍대 KT&G 상상마당에 가자 이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줄지어 서 계셨다. 서강도서관 직원분께 이름표를 받아 걸고 기념사진을 찍자 괜히 기분이 들떴다.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는데, 정말로 패키지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고 입장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영화나 책을 볼 때 타이밍이 있듯이 최근의 내 우울과 고민이 맞닿아서 영화 주인공인 스티븐 모리세이에게 너무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나는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 외에는 <잉글랜드 이즈 마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빨려 들어가듯이 영화에 몰입했는지도 모르겠다.
보는 내내, 파도 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모리세이의 독백이 숨을 죽이게 했다. 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엔 다소 지루하고, 중2병 소년과도 같은 감수성 풍부한 그의 행동과 글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모든 행동들이 좋았다. 아마도 나에게 많이 투영해서 본 탓일지도 몰랐다. 속에 들끓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는 별개로 그의 현실은 지루하고, 또 실제로 그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발을 내딛고, 끝내 실패를 맛보았을 때 그는 처절하게 무너진다. 다시 그 무너짐을 딛고 일어났을 때,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며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 내용들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릿속으로 반복하며 밖을 나왔다. 사람들이 모여 후속 모임을 진행할 디어라이프 카페로 향했다. 서강도서관에서 음료 외에도 배려심 깊게 머핀을 준비해주셨다. 배고팠던 터라 머핀을 입에 밀어 넣으며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들을 핸드폰에 적었다. 그러면서 질문이나 감상을 얘기하는 모임원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예상한 대로 독립영화가 낯선 분들은 영화가 다소 지루한 듯했다. 어떤 분은 음악 영화인데 실제로 '더 스미스'나 모리세이의 음악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셨다(<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록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그 부분은 김희정 감독님께서 '더 스미스' 쪽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영화에 싣지 못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영화에 대한 짧은 평들이 지나가고, 독립영화 자체에 대한 궁금증들이 이어졌다. 시나리오를 쓰는 방식이나 독립영화의 제작 현실에 관한 물음이었다. 질의와 응답을 들으면서 나도 질문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지만 끝내 물어보지 못했다. 독립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오픈 엔딩이거나 암시하는 듯 한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게 독립영화의 특징인지 아니면 내가 봤던 영화의 감독들의 취향이 그랬던 건지 좀 궁금했다. 타이밍을 재다가 결국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는 좀 더 용기를 내 봐야지.
후속 모임의 진행이 조금 매끄럽지 않았던 점(자유롭게 질문하는 형식이라서, 계속 질문하는 분외에는 다들 쭈뼛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3일차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도서관 홈페이지를 주기적으로 드나들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탐방 모임도 그렇고, 강의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상당히 높았다. 독립영화는 젊은 층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소재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는 그 이름이 증명하듯이 설 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감독일지라도 상업 영화에서 비껴간 다양성 영화는 상영관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도 나처럼 이제 막 독립영화에 발을 들인 비기너들이 적은 발걸음을 보태고 있다. 다른 관객들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다른 재미'를 독립영화에서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다.
내일도 나는 다음 주면 상영관이 사라질 <어느 가족>을 보러 갈 참이다!(<어느 가족>은 7/26일에 개봉했다.)
첫 번째 날인 7/12일 강의는 독립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신 김희정 감독님이 함께 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이 그날 강의의 제목이기도 했다. 독립영화에 대한 낯섦을 최대한 깨고, 보다 쉽고 편안하게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해주셨다.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내가 처음 독립영화에 발을 들이게 됐던 계기인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 나왔을 때였다. 정확히는 작품이 아닌 감독 션 베이커의 얘기였지만, 충분히 반가웠다. 그의 작품 중 <탠저린>은 오직 아이폰 하나로 찍은 영화로 유명하다고 했다. <탠저린>은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데, 션 베이커 감독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는 내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인상 깊게 봤던 이유 중 하나였다.
감독에 대한 애정으로, 그가 했던 말을 노트에 적어두었다.
"월세만 밀리지 않는다면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 밖에도 김희정 감독님은 유명한 감독과 영화를 필두로 '실험(아방가르드), 다큐멘터리, 퀴어, 음악, 드라마, 가족, 성장, 페미니즘' 등의 볼 만한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다. 나는 모든 영화를 노트에 빼곡히 적었다. 그동안은 소재나 줄거리가 끌리는 영화를 찾아 더듬거렸는데, 하나의 길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가 괜찮은 영화를 발견하면 다시 그 샛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겠다.
두 번째 날은 김다형 감독님이 오셔서 한국 독립영화를 자세히 알려주신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가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더욱 세 번째 날인 7/14일의 독립영화 탐방은 꼭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첫 번째 날에 탐방 및 후속 모임을 신청해두었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홍대 KT&G 상상마당에 가자 이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줄지어 서 계셨다. 서강도서관 직원분께 이름표를 받아 걸고 기념사진을 찍자 괜히 기분이 들떴다.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는데, 정말로 패키지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고 입장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영화나 책을 볼 때 타이밍이 있듯이 최근의 내 우울과 고민이 맞닿아서 영화 주인공인 스티븐 모리세이에게 너무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나는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 외에는 <잉글랜드 이즈 마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빨려 들어가듯이 영화에 몰입했는지도 모르겠다.
보는 내내, 파도 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모리세이의 독백이 숨을 죽이게 했다. 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엔 다소 지루하고, 중2병 소년과도 같은 감수성 풍부한 그의 행동과 글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모든 행동들이 좋았다. 아마도 나에게 많이 투영해서 본 탓일지도 몰랐다. 속에 들끓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는 별개로 그의 현실은 지루하고, 또 실제로 그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발을 내딛고, 끝내 실패를 맛보았을 때 그는 처절하게 무너진다. 다시 그 무너짐을 딛고 일어났을 때,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며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 내용들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릿속으로 반복하며 밖을 나왔다. 사람들이 모여 후속 모임을 진행할 디어라이프 카페로 향했다. 서강도서관에서 음료 외에도 배려심 깊게 머핀을 준비해주셨다. 배고팠던 터라 머핀을 입에 밀어 넣으며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들을 핸드폰에 적었다. 그러면서 질문이나 감상을 얘기하는 모임원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예상한 대로 독립영화가 낯선 분들은 영화가 다소 지루한 듯했다. 어떤 분은 음악 영화인데 실제로 '더 스미스'나 모리세이의 음악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셨다(<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록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그 부분은 김희정 감독님께서 '더 스미스' 쪽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영화에 싣지 못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영화에 대한 짧은 평들이 지나가고, 독립영화 자체에 대한 궁금증들이 이어졌다. 시나리오를 쓰는 방식이나 독립영화의 제작 현실에 관한 물음이었다. 질의와 응답을 들으면서 나도 질문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지만 끝내 물어보지 못했다. 독립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오픈 엔딩이거나 암시하는 듯 한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게 독립영화의 특징인지 아니면 내가 봤던 영화의 감독들의 취향이 그랬던 건지 좀 궁금했다. 타이밍을 재다가 결국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는 좀 더 용기를 내 봐야지.
후속 모임의 진행이 조금 매끄럽지 않았던 점(자유롭게 질문하는 형식이라서, 계속 질문하는 분외에는 다들 쭈뼛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3일차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도서관 홈페이지를 주기적으로 드나들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탐방 모임도 그렇고, 강의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상당히 높았다. 독립영화는 젊은 층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소재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는 그 이름이 증명하듯이 설 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감독일지라도 상업 영화에서 비껴간 다양성 영화는 상영관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도 나처럼 이제 막 독립영화에 발을 들인 비기너들이 적은 발걸음을 보태고 있다. 다른 관객들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다른 재미'를 독립영화에서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다.
내일도 나는 다음 주면 상영관이 사라질 <어느 가족>을 보러 갈 참이다!(<어느 가족>은 7/26일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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