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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도서관 - 송수권 시인과 떠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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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연숙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14-09-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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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도서관 - 송수권 시인과 떠나는 길

- 송 수권 시인과 떠나는 길 -


아침안개가 자욱하다.

사흘 동안 온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온통 안개에 잠겨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으련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이것만이라도 고마운 일이다.

두 번의 문학기행에 많은 감동을 받아 오늘도 뛰는 가슴으로 길을 나섰다.

세 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부안에 도착했다.

부안입구에 들어서니 산등성이와 가로수 길이 온통 짙푸른 빛깔의 소나무 군락지들이 빼곡하다. 해안가의 소나무 가로수 길 이라니 새롭게 다가온다.

아마도 저 소나무들은 억센 해풍을 다 감싸 안은 것 같다.

우리조상들의 강인한 끈기만큼이나 서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자신을 홀연히 비바람에 맡기고 서 있다.

드디어 민족시인 신석정 기념관인 석정문학관에 들어섰다. 신선이 숨어 사는 곳이란 석정문학관, 석정 선생님의 친필원고부터 전시실이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나누어 있을 만큼 자료와 유품들이 많았다. 대표시집 “촛불”과 다른 시집들이 귀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뜻이 높은 산과 흐르는 물 즉 자연에 있다”란 ‘지재고산유수’ 라고 친필로 쓴 좌우명에 감동을 받았다. 나도 평소에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 사는 전원생활을 늘 동경하고 언젠가는 나이가 들면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지내고 싶은 소망이다.

산문에 기대어의 주인공인 송 수권 시인의 안내로 매창 공원에 도착했다. 최초로 기생의 이름을 사용해 만든 곳이 이곳 매창 공원이란다. 공동묘지를 공원으로 만들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그 당시 시대적으로 신분사회라 여류시인을 과소평가 했을 것 같은데 신분을 뛰어 넘은 기생 이름을 딴 공원을 만들었다니 시와 거문고에 뛰어난 매장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음을 알수 있다.

몇 그루의 소나무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운 솔 섬을 바라보며 해안가를 달려 수성 당에 도착했다.

해안가 높은 곳에 자리해 있었다.

나로 호 로켓을 쏘고 우주를 오가는 첨단시대에 서해바다의신 물할매 인 개양 할매 를 모신 신당이라니 묘한 느낌이 든다. 개양 할매와 여덟 딸을 모시는 이곳에 매년 한 번씩 당제를 지낸단다. 시인의 안내로 미신이라 기 보단 전통 문화속의 할미 전통신이란다.

나 또한 전통 신을 잘 믿는 편이다. 어릴 적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면 항상 장독대에 물 한사발의 맑은 정안수를 올려놓는 엄마의 모습을 봐서 일까. 그런 것에라도 내 마음을 기대보기라도 한다. 개양 할매는 바다를 여는 신이라 해서인지 무속인 들에게 효험이 있다하여 아직도 굿을 하러 자주 찾는 곳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간 날 굿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오기라도 한 것을 알고 보여주기 위해 굿을 하는 것처럼 요즘 보기 드문 광경 이라 전통문화를 보는 것이 반갑다. 무서움도 들었지만 자세히 보았다.

나무도 백년이 되면 신이 붙는다고 하는 시인의 말씀에 나와 같은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부안에 오면 아름다운 바다가 보일 것 같았는데 바다보다 온통 소나무 숲만 보고 돌아왔다. 무서 우리 만치 나를 향해 달려오는 소나무, 우리의 강인한 조상들의 끈기와 혼 그 소나무들 속에서 조상들의 힘찬 기운을 받고 돌아왔다.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머릿속에 온통 소나무 사진만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시인과 시의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길 위의 인문학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고 뿌듯하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살아가면서 잊혀 지지 않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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