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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청주 흥덕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3차 탐방 후기
“산사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색하다”
장소: 영주 부석사
날짜: 2019.10.15.화
탐방강사:이영순 선생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배우는 자유의 길’이란 주제로 인간 내면에 깃든 신성성과 자유로움을 되찾는 인생수업이 두 차례 있었다. 강연에 이어진 탐방은 ‘한국의 수도원 기행-산사체험‘이란 주제로 자유의 길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산사로 등재된 영주 부석사를 찾았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창밖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부석사는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가 찾아온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2시간동안 도서관에서 준비해주신 맛난 간식을 먹고, 강사님이 전해주는 부석사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을 수 있었다. 부석사가 화엄종의 본찰이 된 이야기, 의상대사의 당나라 유학이야기, 의상과 선묘낭자의 전설 등 숨은 이야기도 맛깔나게 해주시고 학창시절 소녀가 된 듯 가을 노래를 다 같이 합창하는 시간도 가지며 하하호호 즐거운 순간이었다.
부석사 일주문을 지나니 아찔하게 높은 돌계단이 이어진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이어지는 돌계단은 총 108개이다. 높은 계단을 오를 때마다 속세의 108번뇌를 내려놓고 올라가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계단 한 칸 오를 때마다 숨이 턱턱, 땅을 내려 보고 가는 동안 자연스레 몸을 숙이고 자신을 낮추게 된다. 화엄의 세계로 들어갈 때는 이런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깨우침이 있는 계단인 듯하다. 새로 지은 천왕문과 범종각 사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석축은 오래전 조상들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커다란 돌들을 짜 맞추듯 쌓고 사이사이 빈 공간들에 작은 돌을 깍아 채워 만든 대석단. 대단한 기계 하나 없던 그 시절에 이렇게 거대한 석축을 사람의 손으로 어찌 쌓았을까 경외심이 든다. 1300여년의 무수한 세월을 견고하게 버텨준 석축 앞에 서자니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석사에 오르면 여기가 바로 극락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하신 강사님의 말은 안양루를 오르고 나니 실감이 난다. 보통 산사의 배치는 수직인 경우가 많은데 부석사는 안양루를 향하는 방향이 약간 틀어진 형태의 가람배치를 띈다. 쌍탑에서 바라본 안양루는 신비롭게도 부처님 5분을 숨기고 있었다. 이 숨은 부처님은 기행이 아닌 홀로 여행을 왔더라면 절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듯 부석사 기행이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안양루에 올라 부석사 전경을 내려다보니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1300여년전 의상의 감회가 이랬을까? 여기가 정녕 극락세계구나 하는 말이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다가왔다.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은 경치와 멀리 보이는 소백산 자락의 산세가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108번뇌를 한 칸, 한 칸 내려놓고 올라서 본 탓일까? 아무런 말없이 한참을 경치에 빠졌다.
부석사의 유명한 무량수전을 앞에 두고 의미있는 해설이 이어진다. 무량수전 앞 석등의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무량수전” 현판의 네 글자는 고려 공민왕의 글씨라고 한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주요 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시고 있는데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지닌 분이라 다른 말고 ‘무량수불’이라고도 한다. 그러한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기에 ‘무량수전’이 되는 것이다. 종교는 없는 나이지만 왠지 모를 경건함에 법당에 들어가 절을 올리고 나왔다. 속세에, 욕심에 쪄들은 나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
많이 살아야 100여년을 사는 인간으로서 1300년 역사를 지닌 부석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참 보잘 것 없는 게 인간살이구나 싶다. 저 푸른 나무들, 반듯하게 서 있는 3층 석탑, 오랜 세월을 지켜왔을 견고한 배흘림기둥, 이 모든 것을 앞에 두니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작디작은 사건들, 관계들에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하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는 최순우의 말처럼 나도 무량수전의 그 너그럽고 거드름이 없는 태도를 조금이나마 배워야겠다.
부석사의 일주문부터 조사당까지 둘러보니 부석사의 가람배치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있는지 알게 되었다. 부석사의 가람배치가 중요하듯 우리도 내 삶의 배치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 진정 자유로운 삶을 위한 배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부석사처럼 편안하고 너그럽게 내 삶의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산사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색하다”
장소: 영주 부석사
날짜: 2019.10.15.화
탐방강사:이영순 선생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배우는 자유의 길’이란 주제로 인간 내면에 깃든 신성성과 자유로움을 되찾는 인생수업이 두 차례 있었다. 강연에 이어진 탐방은 ‘한국의 수도원 기행-산사체험‘이란 주제로 자유의 길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산사로 등재된 영주 부석사를 찾았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창밖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부석사는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가 찾아온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2시간동안 도서관에서 준비해주신 맛난 간식을 먹고, 강사님이 전해주는 부석사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을 수 있었다. 부석사가 화엄종의 본찰이 된 이야기, 의상대사의 당나라 유학이야기, 의상과 선묘낭자의 전설 등 숨은 이야기도 맛깔나게 해주시고 학창시절 소녀가 된 듯 가을 노래를 다 같이 합창하는 시간도 가지며 하하호호 즐거운 순간이었다.
부석사 일주문을 지나니 아찔하게 높은 돌계단이 이어진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이어지는 돌계단은 총 108개이다. 높은 계단을 오를 때마다 속세의 108번뇌를 내려놓고 올라가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계단 한 칸 오를 때마다 숨이 턱턱, 땅을 내려 보고 가는 동안 자연스레 몸을 숙이고 자신을 낮추게 된다. 화엄의 세계로 들어갈 때는 이런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깨우침이 있는 계단인 듯하다. 새로 지은 천왕문과 범종각 사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석축은 오래전 조상들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커다란 돌들을 짜 맞추듯 쌓고 사이사이 빈 공간들에 작은 돌을 깍아 채워 만든 대석단. 대단한 기계 하나 없던 그 시절에 이렇게 거대한 석축을 사람의 손으로 어찌 쌓았을까 경외심이 든다. 1300여년의 무수한 세월을 견고하게 버텨준 석축 앞에 서자니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석사에 오르면 여기가 바로 극락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하신 강사님의 말은 안양루를 오르고 나니 실감이 난다. 보통 산사의 배치는 수직인 경우가 많은데 부석사는 안양루를 향하는 방향이 약간 틀어진 형태의 가람배치를 띈다. 쌍탑에서 바라본 안양루는 신비롭게도 부처님 5분을 숨기고 있었다. 이 숨은 부처님은 기행이 아닌 홀로 여행을 왔더라면 절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듯 부석사 기행이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안양루에 올라 부석사 전경을 내려다보니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1300여년전 의상의 감회가 이랬을까? 여기가 정녕 극락세계구나 하는 말이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다가왔다.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은 경치와 멀리 보이는 소백산 자락의 산세가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108번뇌를 한 칸, 한 칸 내려놓고 올라서 본 탓일까? 아무런 말없이 한참을 경치에 빠졌다.
부석사의 유명한 무량수전을 앞에 두고 의미있는 해설이 이어진다. 무량수전 앞 석등의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무량수전” 현판의 네 글자는 고려 공민왕의 글씨라고 한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주요 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시고 있는데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지닌 분이라 다른 말고 ‘무량수불’이라고도 한다. 그러한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기에 ‘무량수전’이 되는 것이다. 종교는 없는 나이지만 왠지 모를 경건함에 법당에 들어가 절을 올리고 나왔다. 속세에, 욕심에 쪄들은 나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
많이 살아야 100여년을 사는 인간으로서 1300년 역사를 지닌 부석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참 보잘 것 없는 게 인간살이구나 싶다. 저 푸른 나무들, 반듯하게 서 있는 3층 석탑, 오랜 세월을 지켜왔을 견고한 배흘림기둥, 이 모든 것을 앞에 두니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작디작은 사건들, 관계들에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하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는 최순우의 말처럼 나도 무량수전의 그 너그럽고 거드름이 없는 태도를 조금이나마 배워야겠다.
부석사의 일주문부터 조사당까지 둘러보니 부석사의 가람배치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있는지 알게 되었다. 부석사의 가람배치가 중요하듯 우리도 내 삶의 배치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 진정 자유로운 삶을 위한 배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부석사처럼 편안하고 너그럽게 내 삶의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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