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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암사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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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73회 작성일 14-09-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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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암사도서관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금융투자업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내게 인문학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였다. 인간의 삶을 살찌워주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어떤식으로 접근을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인문학의 범주가 워낙에 넓지만 문학이나 미술 소양이 특히 부족했고 관심도 가지지 못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가여워 하늘이 만들어 주신 기회였는지는 몰라도 작년에 곰브리치의 저서를 가지고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니 운 좋게도 올해는 집근처에서 현대미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기회는 이런식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집 근처 암사도서관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 공고를 보자마자 참여 신청을 했고 운 좋게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프로그램 이름은 "타박타박 인문학, 반짝반짝 현대미술"이라고 귀엽게 붙여져 있었다. 귀여운 이름과 달리 수업 내용은 사뭇 진지하고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제목 그대로 현대미술에 대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었고 이론과 실습 그리고 탐방이 가미된 속이 꽉찬 프로그램이었다.

 지역적으로는 서양미술에서부터 아시아와 한국의 미술사까지, 시기적으로는 19세기 신인상주의부터 20세기의 팝아트와 가장 최근의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적인 미술사의 흐름의 맥을 짚는데 매우 큰 도움을 얻은 수업이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수업을 되뇌어 보자면 먼저, 에펠탑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어릴적부터 뭔가 만들어 내는 재주 하나는 자신이 있었는데 수업에 참가하신 다른분들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 명인이신 진중권 교수님의 미학 강의는 특히 훌륭했다. 인문학의 범주에 미학이 들어가지만 미학은 음악과 문학, 미술이나 사회학 그리고 과학기술 등의 인간다반사를 담아내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암사동에 오셔서인지 선사시대부터 이야기를 꺼내셨고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우리의 사고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어떻게 발전해나가는가에 대한 강의는 특히 흥미로웠다.

 예술의전당과 리움미술관 탐방을 가던 날은 어릴적 소풍을 갈 때 처럼 마음이 설렜다. 그림하나하나도 허투루 보는게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공부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감상하니 재미가 두배였다.

 잡지 내용을 랜덤하게 오려서 만드는 콜라주 작품 실습때는 어디에 쓰이게 될지 모르는 기념 사진도 찍었다. 사실 그날 씻지 않고 갔는데 "씼고 갈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 수업은 이제 내일 현대미술관 탐방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수업이니 만큼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야겠다.

 듣는 사람은 1시간만 쓰면 되지만 1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 발표자는 1주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강의를 준비하고 주말마다 열강을 해주신 최윤지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 암사도서관의 마스코트인 조민아 사서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암사도서관 곳곳에 조민아 사서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셔서 동네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 중에도 이번 수업과 같이 꽤 시간과 열정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을 휴가를 반납하면서 까지 준비했다고하니 그 열정에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모쪼록 좋은 시간 만들어 주신 두분과 암사도서관에 감사를 전한다.

 반바지에 슬리퍼차림으로 고급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

2014년 9월 26일
송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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