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시인과 함께하는 길위의 인문학(성주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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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시인과 함께하는 길위의 인문학 2차
‘ 한줄기의 빛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 ’
들뜬 마음처럼 하늘도 들떠있었다. 유홍준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열어준 시 수업시간에 보았던 그의 ‘북천 까마귀’로는 그의 시선과 마음을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특강시간에 만난 그는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였다. 먼저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다른 시인들과는 다른 느낌이였다. 시인이라는 틀 속에 있는 분들은 우리가 다가서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옆집 아저씨 처럼 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시간은 생각 보다 빨리 흘러가고 좋은 인상과 아쉬움이 남았다.
시간이 흘러 탐방날 아직 정차 하지도 않은 버스에 손을 흔들며 반기는 유홍준 시인을 만난 곳은 다솔사 였다. 그곳에는 부처님의 말씀은 세상 모두에게 전하려고 커다란 소리통이 되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나무가 있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만년필과 하늘을 휘감은 원고가 있는 이병주 문학관과 서책을 읽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최참판댁이였다.
이번 탐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병주 문학관이 였다.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새소리와 함께 흐르는 계곡이 있는 곳이였다. 문학관 입구에 있는 커다란 만년필은 이곳이 문학관이라고 현판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안내로 들어간 전시실에는 이병주 선생님과 평생을 함께 해온 만년필과 하늘을 휘감고 있는 원고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며 특이하다며 천장을 올려 보았다. 그 곳에 한줄기의 빛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나에게 이야기 하려는 듯 했다.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이병주 선생님의 삶의 시간들과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하지만 살아온 시간이 틀려서 인지 그의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오전에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던 전시실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강의실 한쪽 의자에 앉았다. 무심코 올려 보았던 천장에는 오전에 나를 향해 손을 내밀던 한줄기의 빛이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난 빛을 따라 손을 내밀고, 눈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었다.
빛은 뜨거운 햇살이 아닌 포근함을 알려 주려 했다. 또한 초록이 넘실 거리는 숲의 바다와 바람의 소리에 살짝 숨어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알려주려 하였다. 기계 소리와 콘크리트 건물들 속에 살고 있던 나에게는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 이였다.
유홍준 시인이 가지고 있는 편안함이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는것도 같았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편안함을 그는 매일 만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면 내가 느낀 편안함은 가지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그러하듯 소중하다고 느끼는 시간은 어느 것 보다도 빨리 흘러간다. 이제는 잡은 손을 놓고 일상으로 돌아 가야한다. 하지만 편안함이 그리워 질때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한 줄기의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30일 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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