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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왕도 전주, 견훤과의 만남 후(전주시립삼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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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57회 작성일 14-10-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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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왕도 전주, 견훤과의 만남 후(전주시립삼천도서관)

전주는 해찰(해찰이란 딴 길로 새는 것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하기 딱 좋은 곳이다. 전주 아낙네들이 누대에 걸쳐 해찰하지 말라고 아들딸에게 이르곤 하지만, 전주 사람들은 꾸준히 해찰해 왔다.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데 정신을 파는 짓, 그 해찰이 오늘의 전주를 만들었다. 완산 아이 견훤의 백일몽 역사나 목조 이안사의 전주 야반도주 사연이 해찰로 인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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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이라는 책의 머리글에 나오는 말이다. 처음에 이 글을 읽을 때는 와 닿지 않았는데, 살다보니 가슴에 와 닿는 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다대해수욕장이 있는 곳에 내 어린 시절을 묻어 두었다. 결혼 후 거제도에서 살고 있다. 시댁은 대구.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상도 아낙네다.

그런 내가 지금은 전주에서 살고 있다. 개인적 사정으로 3년이라는 기한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나와는 인연이 전혀 없는 곳, 인연이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곳 전주.

전주에 처음 왔을 땐 재작년 12월 저녁 무렵이었다. 그래서일까. 너무 낯설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두 번째 왔을 때쯤에 전주가 보였다. 전주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전주의 첫 느낌은 아담하고 조용했다. 내가 살았던, 살고 있던 곳들과는 너무 다른 세상이었다. 언제나 부산스럽고 활기가 넘쳤던 곳에 살았던 나로선 조용한 이곳이 낯설었다. 그런데 일 년쯤 살다보니, 나중에 정말 그리운 곳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조용함이 주는 평온, 안락함이 그리울 것이다.

알고 싶었다. 이런 곳을 좀 더 많이 알고 싶었다.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온 몸으로 품고 싶었다. 온 마음으로 안고 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삼천도서관에서 실시하는 길 위의 인문학 - 천년 전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무척 기뻤다. 알고 싶었던 것들인데, 나 혼자하기엔 어떤 것부터 시작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강의를 들었다. 교과서나 한국사 책에 나오는 후백제 견훤. 드라마에 나오는 견훤. 모두 피상적으로 와 닿는 인물이요, 장소였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서 조금씩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도 아직까진 그냥 추상적이다. 약간 다른 기분이지만 아직까진 교과서의 후백제요, 견훤이다.

지난 5 30일 탐방에 나섰다. 운동부족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처음엔 힘들고 고달팠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은 나 자신을 훈계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따라갔다.

탐방을 끝내고 집에 왔을 땐, 이젠 후백제가 교과서 나라가 아니었다. 견훤이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전주가 피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천년 전주의 일원으로 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 곳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데 대해 정말 고마움을 가슴 한 가득 담는다.

승암산 주변과 금산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얘기는 생략하겠다. 그것은 따로 알아보고, 공부하고, 기록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선 생략하기로 했다.

이젠 해찰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주는 생생함을 알겠다. 그래 정말 여긴 해찰하기 좋은 곳이다. 어린 아이 마음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대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전주는 깊은 역사를, 안락한 조용함을, 평온한 마음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처음 낯선 곳에 와서 어떡해야 하나하는 걱정거리가 이제는 이 곳을 떠나면 많이 그리울 것이라는 생각을 주는 곳이다.

사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지역감정을 나도 가지고 있었다. 경상도 바깥에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하지만 이곳에 직접 생활하면서 내 생각이, 아니 지역감정에 휘말리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절실히 느낀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관념들은 직접 부딪치고 온 몸으로 느끼면서 실재하는 구체적인 생각들로 바뀐다고 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직접 살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소중하고 귀중한 체험을 한 가득 선물해 준 삼천 도서관과 전주에 감사를 드린다.

정말 고맙다고,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기억을 선물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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