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립도서관 - 고려와 조선왕조가 교차한 실직국(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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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지역은 강원도 지역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라서 같은 강원도에 살면서도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쉽게 가볼 수 없는 땅이다. 금번 시립도서관의 인문학 답사에 선정이 되어 따라가게 되는 영광을 안았다. 삼척지역을 방문하여 커다란 두군데의 묘를 답사했는데 신기하게도 고려말과 조선초기의 역사를 웅변해 주는 준경묘와 공양왕를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비교관찰하도록 하였다. 준경묘는 조선의 시조 이성계의 5대조 할아버지의 무덤이었는데 고려말의 지역 토호로서 전주에서 살고 있다가 삼척으로 쫓겨 온 과정을 홍인희 교수의 설명으로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성계의 조상계보를 따지는 것도 흥미있었지만 그보다도 더 흥분시킨 것은 주변의 소나무숲의 풍광이었다. 사방 우거진 소나무숲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숲속의 우거짐, 그리고 그 가운데 솟은 무덤의 위엄, 아늑함...이것이 조선의 태동을 가져 온 것은 아닐까? 보은의 정이품송과 결혼을 올렸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인송에서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음미했고, 남대문 화재 후의 복원에 사용되었다는 설명에 또 한번 감격해 했다. 이윽고 공양왕릉에 도착한 답사단은 고려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의 말로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신하들의 뜻에 의해 왕에 오르고 그들에 의해 폐위된 후 유배지를 전전하다가 삼척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에 애석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었을까? 왕릉의 진위논란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죽은 인생인데 칭호까지 호의를 베풀지 못하는 정치의 속성을 한탄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동해척주비에 올랐을 때는 미수허목선생의 전서체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삼척부사로 있으면서 이지역의 삼재에 대해 근심하던 부사 허목이 당대의 전서체의 대가답게 전서체에 의한 척주비를 세워 재해를 방지하려고 애쓴 노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했다. 설명에 의하면 대부분의 선정비가 악덕의 표상인 것이 많지만 이곳의 미수허목은 선정을 베푼 것이 맞다는 설명에 허목선생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었다. 척주비를 답사하던 도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서 우리는 동산위의 비각밑에서 비를 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역시 척주비가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잘 하는 비석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관동팔경중의 최고의 건축물인 죽서루였다. 이곳은 당대의 시인묵객들이 머물면서 많은 싯구를 남긴 곳인데 언듯 보아도 이승휴, 미수 허목 등 당대의 인물들의 필체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죽서루의 건축방식이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바닥돌의 형상에 기둥을 꿰 맞추는 그렝이공법 건축물의 대표적 건물이라는 설명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죽서루 마룻바닥에 앉아 죽서루의 내력과 지방관들의 연정을 담은 설명을 들으면서 대나무숲 아래로 흘러가는 오십천의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니 절로 시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느낀다. 주변에 가득한 대나무와 회화나무 등의 숲이 우거진 죽서루를 뒤로 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 좀 더 많이 방문하여 정취도 살피고 힐링도 할 수 있으련만....돌아오면서 바라보는 차창가의 동해바닷물은 푸르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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