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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오늘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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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트리나
댓글 0건 조회 507회 작성일 19-05-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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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3.1운동과 문학>이라는 주제명을 보고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날 강의를 듣고 한 마디로 푹 빠졌다고 할까. 심훈이 19세의 나이로 3.1운동에 참가하고 그로 인해 옥살이를 했으며, 거기서 항일정신을 함양하고 그것이 그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단재 신채호 선생이 동화를 비롯해 환상적인 소설을 썼고, 특히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한 [꿈하늘]이라는 소설을 썼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문인과 사상가들의 높은 정신이 내 마음에도 생생히 이어져 살게 되었다는 점이 소중하다. 실생활과 무관하다 여기며 막연한 개념이던 나라, 민족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 새겨본 날이었다.
 일주일 뒤 두 번째 강의와 답사가 있었다. 첫 강의가 소설 위주라면 두 번째 강의는 시인들에 관한 것이었다. 한용운과 이육사, 그리고 윤동주의 시와 그들의 삶에 관한 내용이었다. 불교, 유교, 기독교라는 신앙과 학문적 뿌리와 그들의 삶은 이어져 있다는 내용과 시인들이 부정한 일제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유아적 순수성을 넘어서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청순성이 원동력이었다는 대목에 주목하였다. 한용운의 불행했으나 지조있는 삶, 이육사의 수난과 그 가문의 대를 이은 불행, 그리고 이제 막 이육사의 시와 삶에 대한 조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 윤동주의 알려진 면모와 새로운 면모들에 대해 알게 된 유익한 강의였다.
 강의를 마치고 강사선생님과 도서관 관계자들, 그리고 수강생들은 아우내 장터와 유관순 유적지를 향하여 답사에 나섰다. 물과 간식을 세심하게 챙겨준 도서관 관계자들 덕분에 출발부터 즐거운 길이 되고 있었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설 무렵 강사 선생님으로부터 병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 기념공원과 유관순 기념관, 유관순 생가, 매봉 교회 등에 걸친 답사계획과, 특히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만세 운동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곧 이어서 만나게 될 유관순 열사의 면모를 미리 귀뜸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병천에 도착하자마자 만세운동 기념공원에 들렀다. 거기서 만세 운동이 일어났으리라는 짐작도 할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조형물들이 잠시나마 시간을 100년 전으로 되돌려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공원의 조형물들은 많았고 잘 관리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이 순간을 간직하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은 병천에서 유명하다는 순대집에 들어가 맛있게 먹었다. 비용은 각자 부담이었고, 순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원하는 메뉴를 찾아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차에 모였다.
 유관순 기념관은 거기서 멀지 않았다. 가는 길에 열사의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유관순 기념관에 들어서니 마침, 다른 팀들도 와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 팀도 합류하여 또랑또랑한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기념관을 돌았다. 유관순 열사의 가계에서 독립유공자가 아홉 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그날의 만세 운동의 규모와 일제의 야만적인 탄압, 그리고 유관순 열사의 투옥과 재판,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다들 숙연해졌다. 이어서 추모각과 기념관 외부에 넓게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걷고, 생가지로 향했다.
 생가지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거기서 만세 운동을 계획하고 태극기를 손으로 그리며 준비를 했던 유관순 열사와 가족들의 모형을 보았다. 그리고 생가 옆의 매봉교회 전시실에 들어가 재판기록과 일제의 만행을 기록한 사진과 기록물을 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대전으로 돌아오며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수난사를 떠올려보고 경건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길 위의 인문학>은 매우 유익했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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