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립서강도서관] '사진은 미술의 후예인가' 프로그램 참여 후기(기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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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현대 미술을 보았다
- ‘사진은 미술의 후예인가’ 길 위의 인문학, 강연과 탐방 후기
기선계
서강도서관에서 하는 '길 위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사진은 미술의 후예인가'라는 주제로 이 동섭 선생님이 하는 강연을 2회 듣고 미술관 탐방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강의 첫째 날은 사진의 탄생과 초창기 사진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였다. 처음에 사진은 현실을 재현하는 수단으로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였다. 오늘날 우리들이 사진을 이용하는 용도와 같았다. 기념일, 여행과 같은 특별한 날 기록용으로 사진을 찍었다. 회화의 역사와 관련지어보면 크게 2가지 역할을 했다. 첫째는 회화의 보조도구로서, 사진 화각을 받아들인 화가들의 화면을 풍성하게 했다. 둘째는 추상화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사진이 인물, 풍경과 같은 현실을 재현하므로, 화가들은 사진이 표현하지 못하는 세상, 추상으로 눈을 돌리었다.
강의 둘째 날은,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시작하였다. 회화, 조각과 같은 고전적인 매체에는 익숙하였지만, 예술로서 사진이라는 매체는 생소하여 구미가 당겼다. 이 동섭 선생님이 어떤 식으로 주제를 풀어갈지 기대가 되었다.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을 예술로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그들의 창작의지가 사진을 예술로 만들었습니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차이를 토론하는 중이었다. 이동섭 선생님의 한 마디가 머릿속을 강타하였다. 그렇구나. 그동안 현대 미술에 대해 가졌던 의문들이 단번에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퍼즐 한 조각을 찾으니 흐릿했던 몇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현대 미술을 접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의구심이 저것이 예술일까였다. 앤디 워홀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수프 깡통 연작이나 비누 상자를 쌓아놓은 설치 미술이 그랬다.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였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도 같은 맥락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예술품이라니 그러려니 했지만,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작가가 예술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매체에 관계없이 그것은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뒤샹이 가져다놓은 남자 소변기를 보고 사람들이 감동받았다면 그것은 예술품이다. 앤디 워홀의 수프 깡통 그림이나 비누 상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일상에서 스쳐지나간 것들을 예술로 만들고자한 그들의 의지가 통한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났다. 앤디워홀이 위대한 것은 일상의 것들을 액자에 끼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번 강의를 통해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하나 얻었다. 이젠 적어도 설치 미술이나 퍼포먼스나 영상물을 보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새로운 매체나 소재, 제작방식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예술로서의 사진에 해한 호기심을 가지고 들은 강연에서 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로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런 이해를 가지고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아귀가 척척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영상이니 설치 미술로 예술을 하는 세상이니 사진이라는 매체는 오히려 고전에 속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찍는 사진 taking photo에서 만드는 사진 making photo으로의 흐름도 자연스러웠다. 사진은 결정적 순간을 잡는 것이라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같은 작가나 사진에 결정적 순간은 없다라 주장하며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는 로버트 프랭크 같은 작가를 만나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진가들의 철학에 따라 작품세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예술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을 사진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나의 꽉 막힌 어리석음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앙드레 케르테츠, 빌 브란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베트 프랭크, 신디 셔먼, 제프 윌, 샌디 스코그랜드같은 세계적 작가들의 이름을 익힐 수 있었다. 잠깐 스쳐갔지만, 효과는 있었다. 여러 번 찾은 리움에서 그동안 회화로만 알고 스쳐 지나간 신디 셔먼의 사진들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강의가 인상적이었기에, 사진전에 가는 일이 기대되었다. 현대 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이라는 제목으로 1989년 이후의 우리나라 사진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스트레이트 포토 (taking photo ) 작품들과 이미지를 만든 making photo 작품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 배병우 씨의 '소나무'나 '오름' 같은 작품은 수묵화를 보는 듯 했다. 스트레이트 포토 작품이다. 반면 구본창 씨의 '태초에' 작품은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인화지 하나하나를 실로 꿰매었다. 성능경 씨의 'S씨의 후손들 --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는 빛바랜 오래된 사진들과 당시 사탕 봉지와 껌 종이들을 붙인 설치 작품이다. 작가의 창작의지에 의해 사탕봉지와 껌 종이가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아련한 과거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예술을 보고 느끼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예술이란 아름답던지 감동을 주던지이다.
그 풍요로운 세상을 느낄 감각 하나하나가 살아있었으면 싶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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