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립서강도서관] '한국 근대 회화의 거장 박수근과 이중섭' 참여 후기(김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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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 <이중섭, 백년의 신화> 탐방 후기
내 마음에 점 하나
나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싫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림에 소질도 전혀 없었거니와, 그런 나의 그림에 점수가 매겨져야 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작품들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저 시험을 잘 보기위해 들여다보고 중요한 점을 외웠을 뿐 그 작품에 대한 이해나 감상은 전혀 기억에 없다.
그렇기에 미술은 아직도 나와는 거리가 먼, 멀고도 먼 남의 이야깃거리였다.
그런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봤던 이중섭의 작품에 대한 강연과 탐방을 신청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더해지고 있지만 나이 말고 나에게 또 더해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삶의 커다란 깨달음이라든가, 연륜이라든가, 지혜 같은 것들이 더해지려면 아직 멀었고,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생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이틀에 걸친 강연은 미술을 포함한 예술에 대한 나의 편견이 한쪽 구석으로 비켜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화가 이중섭은 ‘소’를 다룬 작품이 많고, 벌거벗은 아이들과 물고기를 주제로 그린 작품이 많다는 것,
딱 이만큼이 내가 알던 이중섭과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와 감상이라는 것을 통해, 적어도 학창시절의 수준은 벗어날 수 있었다.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새롭고 흥미롭기까지 했다. 자꾸만 궁금증도 밀려왔다.
한 작품을 보고 그냥 휙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에 깃든 화가의 감정과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니, 작품 감상이 수월해졌다.
특히나 이중섭의 그림들은 색체가 따사롭고 그래서 애틋함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물고기와 노는 세 아이>,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과 같은 작품들은 따뜻했고,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한 장 한 장이 애틋했고, <소년>과 <돌아오지 않는 강>과 같은 작품들은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중섭 화가의 작품 중 <소년>은 허전한 내 마음에 점 하나가 되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비가 막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이런 날에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스산한 길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년의 감정이, 그 소년을 연필로 스케치하던 이중섭의 감정이 느껴진다.
전시회에서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 이중섭에 관련한 도서들을 찾아 아직도 모르는 저 너머의 이야기들을 알아보려고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미술점수를 잘 받기 위함도 아니다.
갑자기 학창시절이 아쉬워지는 이유는 일찍 이런 감상의 경험을 못하고 흘러간 시간들 때문일까.
내 인생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에 대한 실타래가 하나 풀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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