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영화속의 역사와 인문학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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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뮤지컬칼럼니스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관람평을 크게 두 가지로 반응하게 된다.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 그런데 이 두 답변 이상으로 영화가 구체적으로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서사적인 전개에 있어 어느 부분이 미흡했는가에 대한 심도 있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면 영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만 한 지인과 함께 관람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연동원 강사의 영화 강의는 영화가 ‘재미 있다’ 혹은 ‘재미 없다’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서, 보다 심도 있게 깊숙이 파헤치는, 영화라는 나무의 뿌리를 조망할 수 있는 유익한 강의가 펼쳐진 장이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와 <아티스트> 두 영화를 통해 옛 할리우드 영화 제작 과정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는 장이었음과 더불어, 유성영화의 탄생으로 어떻게 무성영화가 유성영화에게 바통을 이어주게 되는가 등의 영화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과 곁들임으로 말미암아 수강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음을 확신한다.
이번 강의의 진면모는 인터미션 뒤에 진행된 2강이었다. 역사 영화를 짚어보며 잘 된 역사 영화와 위험한 사례의 역사 영화를 동시에 상호 비교함으로, 대중의 취향과 영화의 작품성은 별개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강의였다. 스토리텔링에서 이러한 부분은 역사적인 팩트와 얼마만큼 다른가를 짚어봄으로, 즐기는 영화 이전에 역사성이라는 사실이 ‘팩션(Faction)’이라는 가공의 산물에 얼마만큼 묻혔을 때의 위험함을 역사학자와 평론가라는 동시의 시각으로 짚어보는 유익한 자리였음을 확신하게 된다.
영화에 대한 재미만 말로 부풀리는 ‘당의정’ 같은 과다포장된 강의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제반 지식이 강해짐과 더불어 사유의 의식 지평이 넓어지는 ‘사고하는 지적 근육’이 튼튼해지는 강의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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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이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강의의 방향성 가운데에는 기존에 갖추어진 ‘전문성’과 ‘재미’라는 두 날개 위에 ‘다양한 시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강의라고 언급하고 싶다. 현직 대학 교수, 또는 검증된 강사진이 사진과 인문학, 역사와 미술 같은 기존에 갖추어진 강의 레퍼토리 외에도 종교학이나 공연 강의와 같은 다양한 시각을 품을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다양성의 추구’ 말이다.
몇몇 사례를 언급해보겠다. 종교학 같은 강의의 경우에는 기존의 수강생들이 가지고 있던 타 종교에 대한 몰이해를 극복하고 타 종교가 갖는 종교의 핵심을 되짚어봄으로 타 종교에 대한 이해의 지평, 존중심을 고취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공연 강좌와 같은 경우에는 돈을 주고 관람해야 하는, 관람객 층의 폭이 TV를 관람하는 시청자보다는 좁은 것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뮤지컬과 연극에서 일반 관객이 놓칠 수 있는 메시지나 이스터 에그(Easter Egg)와 같은 숨겨진 재미를 강사를 통해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뮤지컬 스타 김준수가 출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암표 한 장이 몇 십 만원에 거래된 <데스노트>와 같은 뮤지컬이 실은 알고 보면 개연성이나 서사 구조가 치즈 조각처럼 뻥뻥 뚫린 과대 포장된 뮤지컬이었다는 것을, 혹은 일반 관객은 잘 모르고 지나친 창작뮤지컬 <모비딕> 같이 숨겨진 창작뮤지컬의 걸작이 있었음을 수강생에게 소개함으로, 스타 마케팅에 가려진 뮤지컬 산업의 폐해나 뮤지컬 분석의 틀을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나누는 자리를 통해 ‘길 위의 인문학’이 다양성을 지금보다 추구한다면 폭넓은 시각의 지평을 수강생에게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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