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문학 '그림책 인문학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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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인문학 4차 탐방인 앤서니 브라운 원화전을 가기 전날 기대하며 설레는 밤이었다. 그림전시를 보러간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특히 남편, 아이들이 없이 가는 하루 여행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원화전시를 보러 갈만큼 그림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삶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되돌아보니, 늘 엄마로 아내로 역할을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지쳐가고 있었던 중 올해 봄 아는 분의 소개로 도서관 그림책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림책은 그저 아이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참 재미있었고 즐거움이 있었다. 그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여름 ‘그림책 인문학과 만나다’ 강의를 들으면서 그림책과 인문학이 어떤 점에서 만날까? 과연 내가 아이와 함께하는 이 책이 인문학과 상관있을까? 계속 궁금했다.
그림책 작가의 삶과 그들 책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그 속에 오롯이 내가 만나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이 있었다. 어른이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시선을 가진 작가는 여리고 세심한 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아이들의 세계를 작품 속에 표현함으로써 나에게 신세계를 만나게 해주었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 안에 있는 내면세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강의를 듣고 나의 짧은 식견으로 인문학이란, 결국 사람에 관한 것,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에 관한 것이며 특히 나와 우리아이들과의 매일의 삶이 살아있는 또 하나의 인문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강의 때 최은영선생님께서 권윤덕 작가가 한말을 인용하시는데 ‘지나가는 모든 순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 말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단순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집안일과 매일 아이들과의 씨름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같고 그것을 격려하고 더욱 힘내라고 응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앤서니 브라운 전시관에서 선생님의 설명 중, 그 작가가 계속하고 있는 노력이 ‘일상의 것들을 끊임없이 낯설게 하기’ 라는 말이 참 와 닿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작업이 곧 나의 삶에도 적용되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 삶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려운 인문학이라면 멀리 할 텐데 이렇게 가까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그림책이 참 좋고 좋은 책을 만나게 하는 도서관도 좋은 벗으로 삶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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