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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학의 숲을 걷다 1차시, 통영 시의 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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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주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16-06-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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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학의 숲을 걷다 1차시, 통영 시의 향기에 취하다

   

 

통영은 참 기분좋은 곳이다. 

삶의 생수가 필요하던 어느해 봄날.

미륵산 꼭대기에 펼쳐져 있을 남쪽바다의 봄빛과 향을 맞이하기 위해 찾아 나섰던 통영여행길. 버스비 낼 잔돈이 모자라 당황해 하고 있는 우리에게 친절한 흑기사 한분이 버스비를 내주었던 일은 통영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이다.

그때 그분의 친절은 ‘통영’ 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미소를 머금게 한다.

욕지도를 가기위해, 소매물도를 가기위해, 장사도를 가기위해, 그리고 미륵산을 찾기 위해 여러 번 들렀던 통영이지만 이번에는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테마로 통영을 찾았다.

 

6/4일 토요일 아침.

기분 좋은 편안함과 설렘을 안고 시립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여 나이 아흔에 그렸다는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을 눈으로 만나고 어둠이 내려앉은 작은 섬들이 그려지는 어느 시인의 통영이라는 시를 들으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10시 즈음, 키 작은 하늘이 비를 조금씩 뿌릴 때 쯤 버스는 길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가지런히 모내기를 마친 들녘과 물을 채워 준비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홀로 계신 우리 엄마

밤마다 허리와 무릎이 또 아프신 날 들 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시큰해진다. 해마다 내년에는 ’이젠 안한다‘ 하시던 말씀도 이맘때가 되면 “다른 논은 다 물대고 모심는데 우리 논 혼자 놀게 그냥 못 둔다” 하신다.

음악과 비에 젖은 신록에 빠지고, 엄마 생각에 빠져드는 사이 버스는 어느새 통영에 도착했다.

비가와서 우리밖에 없을줄 알았다는 선생님의 농이 시장골목의 빽빽함에 여유를 준다.

이중섭 화가가 작고하기 전 2년여간 통영에 머무를 때 자주 거닐었다는 강구안의 골목. 그 골목 어느 식당에서 점심으로 멍게비빔밥을 먹었다. 고소한 참기름맛을 뚫고 올라온 멍게의 비릿한 바다 내음은 이곳이 항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느 작은항의 골목에 불과했던 곳이 시인, 화가,음악가와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예술인들이 토론하고 웃고 취하며 거닐었던 곳이라는 몰랐던 사실과 의미가 입혀진다. 내가 다녀간 곳이라는 사실밖에 남겨지지 않았을 골목길이 여행을 통해 시인과 예술가들의 삶이 함께 스며들어 내안에 들어왔다.

 

빗줄기로 깨끗이 씻겨진 돌계단을 올라가니 소박한 유치환 시인의 청마 문학관이 나타났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듯한 유치환 선생의 까맣게 타는 그리움이 참 애닯게 들리는 듯 했다.

5000여 통의 편지를 쓰며 마음을 주었던 낭만적인 사랑도, 함께 할 수 없음에 어찌할 수 없는 가슴을, 때로는 파도 앞에 서서 소리 없이 절규하게 하는 듯 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시인의 사랑이야기는 시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는 역할을 한다.

명정골에 있는 우물하나가 ‘백석’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건 사랑하는 ‘란’ 때문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선생의 시에서 처럼 사랑이 스며들면 마을에 놓여 진 우물하나, 부는 바람소리,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도 의미가 붙여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되는 것 같다.

그 특별한 무엇을 시인의 민감한 감성과 예민한 시각으로 써놓은 수많은 시 들은 표현에 서툰 나의 감성을 조금씩 무너뜨려 주고 있는 듯 하다. 작가들의 색다르고 아름다운 표현이 노랍기만 하다.

묘사하고, 함축하고, 비유하는 시가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길 위의 인문학’ 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이번 여행은 ‘가깝고도 먼 당신’ 이었던 시와 문학, 그리고 예술가들을 ‘이웃사촌’처럼 가깝게 느껴지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여행이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삶의 이야기는 소박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와 문학이 웬지 점점 친숙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나’만 있던 내 삶에 ‘너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내가 되면 좋겠다는 이상을 조금씩 꿈꾸게 한다.

유치환 선생의 ‘행복’이라는 시의 마지막을 인용하며 여행이야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길위의 인문학’ 여행을 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p.s 기획하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게 애써 주신 담당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열정과 정성, 따뜻한 인품으로 좋은 수업과 여행을 만들어 주신 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2차, 3차 길위의 인문학 꼭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산시립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1차시 참가자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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