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어린이도서관] 정약용의 18년 세월을 간직한 강진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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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18년 세월을 간직한 강진에서의 하루
반달어린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윤지영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는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 안도현 ‘모항으로 가는 길’ 중에서
강진으로 떠나기 전날 경향신문에서 읽은 글귀다. 강진에 대한 내 기대감을 표현한 글귀라서 마음에 와 닿았다. 정약용을 알게 되고 정약용에 관한 책을 읽으며 강진에 가고 싶어졌다.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정조 사후 정약용이 유배간 곳이 바로 강진이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아이들이 장성하는 18년동안 지내야만 했던 곳, <목민심서><흠흠심서><경세유표>같은 정약용의 대표 저서들이 탄생한 곳 강진.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정약용은 부인과 한번도 만날 수 없었고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만약 나라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내 신세를 한탄하며 매일 술 먹다가 술병 났거나 나를 버린 세상에 분노하며 홧병 나서 죽었을 거 같다. 그곳 강진은 어떤 곳이길래 정약용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 주었을까. 세상을 원망할법한 시간 속에서 정약용은 힘과 용기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자주 가는 반달 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강진 답사가 있었다.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자마자 꼭 가야겠다고 맘먹었고 접수가 시작되자 바로 신청했다.
2016년 10월 13일, 강진 가는 날은 날씨가 약간 흐렸다. 수원에서 강진까지는 4시간 남짓 걸리기에 아침 7시에 출발했다. 가는 버스 안에서 이번 반달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주제인 ‘목민심서와 현대의 김영란법’에 대해 다산독서회에서 준비한 ‘김영란법’ 설명과 정약용에 관한 ox퀴즈 시간이 있었다. 상품이 걸린 퀴즈인지라 다들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면서 저절로 머릿속에 익혀지는 정약용에 관한 지식. 역시나 진행 팀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했던 강진 식당 점심
휴게실 두 곳을 들르고 강진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먼저 용바우골 식당에 가서 밥부터 먹었다. 상다리가 휘어져라 차린 상에는 육지와 바다의 다양한 식재료로 맛깔스럽게 조리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전라도 음식이야 워낙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강진은 바다와 접해있어서 그런지 특히 싱싱한 해산물이 많았다.
정약용이 머물렀던 사의재
밥을 든든히 먹고 첫번째 여행 장소인 사의재로 향했다. 정약용이 강진에 도착해 4년여를 묶었던 주막으로 주모가 방 한 켠을 내줘서 정약용이 살았던 곳이다. 규모가 작은 초가집인데 다시 복원한 곳이다. 주위가 고즈넉하고 낮은 담들이 이어서 그런지 한적한 느낌이었다. 오늘 설명을 해주실 분은 다산실학연구원의 홍도현 선생님이다. 오가는 나그네를 재워주고 밥과 술을 팔아 생활을 영위하는 주모지만 사의재의 주모는 좀 달랐다고 한다. 정약용에게 “왜 성은 남자의 성만 따르나, 왜 여자의 성은 따르지 않나?” 이런 질문을 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유교문화가 팽배한 조선후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주모가 있었다니… 하긴 이런 빛나는 혜안이 있었기에 마을 사람들도 유배당해서 꺼리던 정약용에게 방 한 켠을 내주며 돌봐주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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