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립구미도서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차 참가 후기_윤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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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혜선
구미도서관은
내가 여고시절 소솔에 파묻혀 살던 곳
아직 어리던 나는
그곳에서 신경숙의 전작과 에코를,
그곳에서 박완서의 전작과 헤세를 읽었다.
또 그곳의 등나무 벤치 아래에서는 누군가의 퀸의 CD를 내게 선물한 추억이 서려있다.
여고를 졸업하며 구미를 떠난 지 십년이 지난 후,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도서관에 들른 적이 있다. 그날 아직도 내 아이디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작은 탄성을 질렀던가.
십년간 발길을 끊어도 나를 지우지 않은 작은 도서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등나무의 향긋한 꽃들과 더불어 고마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 나올 때 마다 내가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구매희망 도서 목록에 작품명을 적고 내 이름을 작고 내 연락처를 적던 것이 작용한 힘으로 나는 오늘,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구미 도서관에서 내게 인문학 강연에 관한 문자를 보낸 것이다. 아이를 혼자 키우며, 일을 하며 번잡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필요에 의한 일 아니면 여타의 사이트에 접속을 하지 않았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구미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사년 째 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시고 또 문자를 보내 알려주신 도서관 직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테마 아래에서, <인문, 연극으로 듣다, 보다, 생각하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첫 강연이 시작되었다.
조태준 교수님의 연극의 인문학적 이해에 대한 강연이 그 첫 강연이었다.
강연을 보고 듣는 내내 나는 행복했다.
조태준 교수님은 마이크를 치우고 기기로 훼손되지 않은 생 목소리를 높여 강연을 하셨다. 연극으로 말하는 인문학, 소리로 보는 인문학, 어원으로 이해하는 인문학, 정면을 돌파하는 인문학, 혹은 오래된 이래, 등등... 내 맘대로 여러 가지 부제를 붙이고 싶은 강연이었다. 교수님이 내게 전달하신 내용은 한 알의 사과처럼 섬세하고 정확하고 신선했다.
“주옥과 같은 말씀들.” 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있는 말이란 걸 나는 알겠다. 잘 알겠다. 비록 학교는 졸업한지 오래되었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것은 잠들어있던 지적 호기심과 향학렬이 신선한 자극에 의해 마구 깨어나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오늘 언급하신 모든 작품들을 찾아 읽으려 나는 애일 아침 일찍 다시 금오산을 간다.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은 참 좋다.
작성자: 윤혜선
후기모임 주제: 소나기 속의 나
미쳤어 미쳤어
본네뜨를 두드리는 당신 생각
검은 머리카락을 적시고
흰 블라우스를 파고 드는 당신 생각
뇌리에 박히고
살에 젖은 채 휘감겨
떨어져 나갈 줄 모르는 당신 생각
맹렬히 내 몸에 박히는 당신 생각
수직으로 낙하하는 고통의 물줄기
영원으로 비상하는 순간의 힘
천둥번개를 동반한 당신 생각
금방 끝날 것이라 믿었던 당신 생각,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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