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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조율하는 제3의 공간,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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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조율하는 제3의 공간, 수필 자존감을 키워줄 제3의 공간을 설정한다(강연1, 2017.5.25, 장호병)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경과 속에 있다.

과거는 흘러간 시간이어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어서, 우리는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다. 도대체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이란 무엇이며, 무슨 의미인가. 우리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과거뿐이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경계일 뿐, 실제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간은 ‘내 무력함의 형식’이라 하겠다. 현재를 경계가 아닌 시간의 머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신의 ‘hic et nunc’에 ‘now here’로 화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할 수 없는 데 비하여, 절대자인 신은 아무리 많은 장소라 하더라도 동시에 존재한다. 시간적으로 무력한 존재인 인간과 전지전능한 신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과거에 내가 축적한 것 - 돈, 부동산, 명예, 사회적 신분, 지식, 자식, 기억 등 - 에 묶여, 과거를 반추하며, 과거를 추억함으로써 과거를 느끼려고 애쓰면서 ‘과거의 나’로 현재를 살아가기가 쉽다. 미래란 앞으로 과거가 될 것을 미리 취하는 시간개념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 역시 소유적 실존양식으로 체험된다. 사용에 의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크로노스적 가치이다.

직장과 가정, 채움과 비움, 육체와 정신 등 우리 삶의 무대에는 서로 충돌하는 제1의 공간과 제2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에 반하여 격식과 서열이 없이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이 자존감을 키워가는 소박한 공간이 제3의 공간이다.

수필가는 이 제3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누구의 수필이든 그 속에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반추함으로써 자존감을 키우고 자기치유에 이를 수 있다. 나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